이 언니, 또 일 벌였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5.22 23:53

-뮤지컬 배우이자 제작자 박해미
'브로드웨이 42…' 출연하면서 창작 뮤지컬 3편 잇따라 제작

"최고 작곡가·연출가 없지만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겠다"

"자, 빨리 가자!" 육중한 녹화장 문이 열리면서 배우 박해미(49)가 뛰어나왔다. 지난 20일 오후 7시 SBS 등촌동 스튜디오의 오락 프로그램 '스타킹' 녹화장을 중간에 뛰쳐나온 그녀는 일산 MBC드라마센터로 달려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촬영장에 도착했다. 한 시간 촬영을 마치고 그녀는 다시 '스타킹' 후반부를 찍기 위해 등촌동으로 돌아왔다.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녀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선다. 왕년의 스타 도로시 브룩 역할. 게다가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에서 제작한 창작 뮤지컬 3편을 한 달 간격으로 잇따라 올릴 예정이다. 등촌동, 일산 다시 등촌동을 오가는 차 안에서 그에게 물었다. "욕심이야 낼 수 있겠지만, 잘 될까?"

뮤지컬‘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왕년의 톱스타 도로시 브룩으로 출연하는 박해미.
뮤지컬‘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왕년의 톱스타 도로시 브룩으로 출연하는 박해미. “여러 번 했던 작품인데 해도 해도 사랑스럽다”고 했다. /해미뮤지컬컴퍼니 제공
"창작 뮤지컬이라면 자신 있다." 그의 답은 명쾌했다. 그의 이름을 건 해미뮤지컬컴퍼니를 만든 것은 1996년. "서른한 살에 첫 남편과 이혼하고 대학로로 돌아갔더니 예전 동료는 이미 주연급이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 아웃사이더였다. 내가 하고 싶은 거 직접 하겠다는 오기에 회사를 차렸다."

첫해에는 대학로 거리 공연을 주로 했다. 가출 학생들 데려다가 가르치고 무료로 공연했다. 이후 2인극 '아이 두, 아이 두(I do, I do)'는 흥행이 좀 됐지만 제작진과 고소·고발 사태에 휘말리면서 쓴맛을 봤다. 그의 제작사가 본격 가동하는 건 이번부터다.

첫 주자는 그가 제작하고 주연해 내달 4~12일 경기도 구리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메모리즈'. 지난해 흥행에 실패한 7080 복고 뮤지컬 '롤리폴리'를 크게 손봤다. '롤리폴리'는 아이돌 스타까지 동원했으나 5억원을 손해 봤다. "작년 버전은 많이 부족했지만 가능성을 봤어요. 중년 관객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공연에는 신효범·이태원 등이 나온다.

그다음 작품이 6월부터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청소년 뮤지컬 '하이파이브'. 중·고등학교 시절 자칭 '고고장의 불나방'으로 가출과 방황을 반복하던 자신의 기억이 청소년 뮤지컬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했다. "제가 방황해봤으니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 뮤지컬은 아이들과 저의 축제다. 저도 함께 치유받고 싶다." 8월에는 고양에서 도깨비와 굿을 소재로 한 '샤먼킹'이 올라간다.

해미뮤지컬컴퍼니 단원은 20명. 그의 남편 황민(41)씨가 이사 겸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한다. 박해미는 "최고의 작곡가나 최고의 연출가를 쓰지 않더라도 프로듀서가 확실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된다"며 "남편과 제가 확실하게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