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카페 2층서 현악4중주 연 금난새

  • 뉴욕=장상진 특파원

입력 : 2013.05.14 00:50

"연주회는 청중을 행복하게 만드는 자리… 음악이 녹아들려면 카페만 한 곳 없죠"

12일 오후 11시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카페베네 매장 2층에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어우러진 앙상블(합주)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헨델-할버슨의 '파사칼리아'. 1층에서 커피를 마시던 손님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 2층으로 향했다. 연주자는 앰파이온 현악 4중주단.

'준비되지 않은' 청중 40여명과 클래식 연주 사이에서 지휘자 금난새(66)는 다리 역할을 했다. 뉴욕 시민 데이비드 실버(37)씨는 "클래식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은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했다. 여자 친구 손에 이끌려 2층으로 올라온 주나이드 말리크(27)씨는 "스타일이 신선하다. TV쇼를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휘자 금난새(왼쪽에서 셋째)가 앰파이온 현악 4중주단의 연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휘자 금난새(왼쪽에서 셋째)가 앰파이온 현악 4중주단의 연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로아시아 제공
앞서 이날 오후 7시에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같은 형식의 음악회가 열렸다. 청중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에디타 흐르다(Hrda) 주(駐)유엔 체코 대사, 토머스 스텔처 유엔 사무총장보 등 각국 외교관과 그 가족 등 특별 초청 손님 90명이었다. 여기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흐르다 대사는 "우리 대사관에서도 똑같은 음악회를 열어달라"고 그 자리에서 요청했다.

두 행사를 시작으로 금난새가 기획·진행한 '맨해튼 실내악 페스티벌 2013'의 막이 올랐다. 그의 음악회가 청중을 몰입시키는 비결은 '자유분방한 형식'과 '청중에 대한 배려'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대만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 등 그는 젊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연인에게 선사하고 싶은 곡을 한 소절만 연주해보라", "이번 연주할 곡의 마지막 부분만 살짝 들려달라"고 요구했다. 청중이 곡의 흐름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한 연출이다. 또 앙코르곡을 신청할 때에는 7분짜리 곡을 "3분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청중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금난새는 "연주회는 음악가가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리여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회 후원기업도 자신이 직접 선정, 최고경영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이번 유엔 인사 초청 연주회는 풍산그룹이 후원, 카페베네는 음악회 장소를 제공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삼익악기도 후원했다.

금난새는 카페베네를 파트너로 고른 이유에 대해 "음악이 생활 속에 녹아들려면 카페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 더욱이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 점포를 낸 유일한 한국 커피점이라는 점이 '파격적인' 연주회의 콘셉트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맨해튼 실내악 페스티벌이 한국의 성장을 세계에 소개하는 행사로 커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