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새 대극장… 공연장 강북 쏠림 푼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5.08 23:43

[올해 개관하는 중대형 극장들]

11월 문 여는 BBC아트센터, 1030석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
개막작은 '아가씨와 건달들'
서초에 중극장도 들어설 예정… 관객들 작품 선택의 폭 넓어져

서울 '강남 공연장'(강남·서초·송파구)이라면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등 복합 공연장이나 지난 3월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임명되며 알려지게 된 윤당아트홀처럼 인근 주민을 주관객으로 재개관작을 올리는 소극장이 전부였다. 이 같은 지형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극장(1000석 이상 규모)이 11월 강남의 노른자 땅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맞은편에서 문을 연다. 광림교회가 자체 보유한 부지에 짓고 있는 'BBC(Burning Bush Church)아트센터'가 주인공. 지하철 압구정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서초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는 새로 중극장도 올라간다. '공연의 메카' 대학로와 한남동 블루스퀘어가 주도하는 강북 중심 체제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대변신을 앞둔 강남 공연장을 찾아가봤다.

◇강남 알토란 땅에 새 대극장

광림교회 주차장과 사택이 있던 부지 1400평 땅에 들어서는 BBC아트센터는 103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대극장이다. 대극장, 특히 BBC아트센터처럼 입지가 유리한 극장은 '파괴적'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블루스퀘어는 지난해 뮤지컬 매출을 2500억원 이상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BBC아트센터는 장애인 복지 시설 등으로 쓰일 사회봉사관 9개 층 건물 중 6~9층에 들어선다. 오는 29일 준공식을 올린다. 11월 개관작은 뮤지컬의 고전 '아가씨와 건달들'.

강남 공연장들 - 사진 및 지도
/그래픽=박상훈 기자
교회에서 운영하지만 "종교 색은 강조하지 않고, 주로 젊은 층에 호소력이 높은 작품을 고를 예정"이라고 극장 측은 밝혔다.

서초역에서 2분 거리에는 새 중극장 '흰물결아트센터'(가칭·500석 규모)가 오는 8월 문을 연다. 대법원 바로 맞은편이다. 로펌 '흰물결' 대표 변호사인 윤학씨가 현재 운영 중인 클래식 공연장 화이트홀 바로 옆 부지를 사들여 5개 층 건물을 신축 중이다. 가을 즈음 개관할 흰물결아트센터 내 극장은 지난해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제작 신시컴퍼니) 등이 예정돼 있다. 윤 대표는 "충성도 높은 관객이 즐길 만한 품격 높은 작품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흰물결아트센터' 인근에는 지난달 정식 개관한 '씨어터송'이 있다. 연극 전용 소극장(120석 규모)이다. 배우 송인성씨가 극장장으로 현재 송씨 주연의 연극 '듀스'가 공연 중이다. 서초구 직장인에게는 50% 할인해주는 등 지역 친화 마케팅으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송씨는 부친이 소유한 건물에 극장을 냈다.

드라마 '마의' 출연으로 공연계를 비웠던 조승우의 복귀작 '헤드윅'이 올라가는 곳은 2호선 삼성역 인근 백암아트홀. 420석 규모의 중극장이다. 1차 예매분 3주치를 9분 만에 매진시킨 조승우의 힘이 9월 폐막까지 관객을 끌어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땅'과 문화 의지 있는 이들이 주도

강남 지역 공연장은 2·3호선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안팎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압구정, 강남, 서초, 삼성역 근처 등 다 비싼 땅이다. 부지 소유자들의 '문화 의지'가 크게 작용한 데다 '슬리퍼 신고 오는 동네 관객'을 끌어모은다면 극장 운영에도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어우러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