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 합쳐 300억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5.07 23:20

名器 '파가니니 콰르텟'으로 연주하는 도쿄 4중주단… 팀 해산 앞두고 마지막 내한

오는 23일 내한하는 도쿄 현악 4중주단은 연주할 때 들고 다니는 4개의 현악기만 300억원이 넘는다. 바이올린 2대(1680년·1727년산)와 비올라(1731년산)·첼로(1736년산) 하나씩으로 구성된 이 악기 세트는 전설적 이탈리아 현악기 제작자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제작한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비올라는 현재 10여 대만 남아 있어 가치가 더욱 높다. '바이올린의 귀재' 파가니니(1782~1840)가 실내악 연주를 위해 이 세트를 구입한 뒤 '파가니니 콰르텟'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는 7월 해산을 앞두고 마지막 내한 공연을 갖는 도쿄 현악 4중주단.
오는 7월 해산을 앞두고 마지막 내한 공연을 갖는 도쿄 현악 4중주단. 비올라 주자 외에는 수차례 멤버 교체를 겪었으며 이들이 쓰는 악기의 추정가는 300억원에 이른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20세기 들며 예술 후원자나 문화재단은 이 악기를 사들인 뒤 유명 현악 4중주단에 빌려줬다. 1946년 미국 윌리엄 앤드루 클라크 여사는 이를 사들여 파가니니 4중주단에 20년간 빌려줬다. 클라크 여사는 이 악기들을 따로 판매하거나 대여하지 못하고 언제나 '세트'로 묶여야 한다고 유언했다. 1992년에는 클리블랜드 4중주단이 썼고, 1994년 일본문화재단이 1500만달러에 사들인 뒤에는 도쿄 4중주단에 장기 대여했다.

현재 이 악기들을 사용하는 도쿄 4중주단은 미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일본 출신의 현악 연주자들이 1969년 창단한 실내악단.

이들은 오는 7월 미국 연주회를 끝으로 해산한다. 도쿄 4중주단이 국내에서 들려주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는 이번이 마지막인 셈이다. 앙상블 해산 이후에 이 악기들은 일본문화재단으로 돌아가며, 재단 이사회에서 다른 사용자를 결정하게 된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열리는 연주회에서 이들은 하이든과 코다이,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