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7일(연습생 기간) 동안 숙성된 조권 "나는 상품이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5.02 03:21 | 수정 : 2013.05.02 09:10

조권, '지저스…' 뮤지컬 데뷔 '마성의 헤롯왕' 연기로 호평

"또 아이돌?" 시큰둥했던 반응… 첫 공연 끝난 뒤 탄성으로 변해
숨길 수 없는 내 본능 '깝권' 학업·일 모두 완벽하려 노력, 학교서 수석 장학금도 받았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캐스팅 명단에 아이돌 그룹 2AM의 조권(24)이 올라있는 것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또 아이돌이냐?" JYJ의 김준수 이후 뮤지컬 속 아이돌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조권'에 대한 콧방귀는 지난 27일 그의 첫 공연이 끝난 후 탄성으로 변했다. "역시 아이돌이군!"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정맞게 까부는 모습에 '깝권'('깝치는 조권'. '깝치다'는 '깝죽거리다'의 잘못된 말), 운동 프로그램에서 잘 달려 '깝사인볼트'로 알려진 조권. 그는 환락을 즐기는 유대의 왕 헤롯으로 나와 첫 무대에서부터 끼를 폭발시켰다. 2막에서 예수에게 "날 여자로 바꿔봐, 그럼 니 말 믿을게"라며 다리를 벌려 얼굴에 갖다대고, 눕고, 뒤집고, 뛰어다니며 노래 부르는 그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엔터테이너의 마성을 가지고 있었다. 저절로 발산되는 에너지는 예수가 채찍질을 당하는 장면처럼 그가 단순히 배경으로만 존재할 때도 무대 위로 철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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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뷔작인‘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넘치는 끼를 발산하고 있는 그룹 2AM의 조권은“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30일 공연장인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헤롯왕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다. /성형주 기자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소심한 직장인으로 출연하며 바늘 꽂을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그를 지난 30일 공연 시작 직전 분장실에서 만났다. "(화장하며 하는) 이런 인터뷰 처음 해봐요. 하하." 눈매를 강조하는 노랑, 보라, 청록 아이섀도가 칠해지며 헤롯으로 변해가는 그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는 달변에 여유가 넘쳤다.

2567일. 그가 연예기획사 JYP에서 연습생으로 보낸 기간이다. 8년, 즉 그의 인생 3분의 1을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보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그를 두고 "한류의 성공은 오랜 훈련기간을 거쳐 다듬어진 실력자를 배출해낸 '조권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까지 냈다.

"처음 3년은 부모님 생각하면서 버텼다. 5년이 지나니 위기감이 들었다. 10대를 모조리 JYP에 바쳤는데, 이제 와서 잘리면 제 인생은 누가 책임져주겠나.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버텼다." 데뷔 초기 '깝권'으로 주목받았지만, 무슨 남자가 저렇게 까부느냐는 남성들의 항의도 많았다. "새벽 2시 분위기의 감미로운 발라드를 부르는 2AM 이미지와도 맞지 않았다. 그래도 어떡하겠나? 그게 제 본능인데."

대개 아이돌에게 "철저히 기획된 상품 아니냐"고 하면 "아티스트이고 싶다"는 답변이 주로 돌아온다. 그러나 조권은 "저, 상품 맞아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소속사에서 세상에 내놓으려고 숙성시켜온 상품이죠. 연예인은 특혜를 가진 비정규 계약직이잖아요.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것이 다르겠죠. 수입과 감정 기복이 워낙 들쑥날쑥하니까요."

그는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3학년 2학기 재학 중이다. 연예인에게 대학 졸업장은 흔한 액세서리지만, 그는 과 수석으로 장학금도 받았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일정이 바빠 수업 중간에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갔다. 리포트도 꼭 냈다. 교수님들도 점점 알아주셨다."

그는 "뮤지컬 시장에서 아이돌 티켓 파워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시켜서 하면 표가 난다. 열정이 없으니 잘할 수가 없다. 인기만 믿는 아이돌이 늘어나면 관객도 지치지 않을까. 저는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다르다는 것, 꼭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