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19 03:03 | 수정 : 2013.04.19 09:34
[악기 화물운송 베테랑 조용성 '어질러티' 부장]
1995년 본 조비 공연 때 외국인 할아버지가 악기 날라
알고보니 전담 투어 매니저… '저게 프로페셔널이구나' 감탄
뉴욕필과 평양 갔을 땐 北시스템 아무도 몰라 애먹었죠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악기들을 실었다 내리고 돌보니, 우아하고 부티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저희는 100% '노가다'입니다."
오는 21~22일 세계 정상급 지휘자 로린 마젤과 뮌헨 필하모닉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70~80명 연주자의 악기와 의상을 인천공항에서 공연장까지 무사히 실어 나르는 게 글로벌 물류회사 '어질러티'의 조용성(41) 부장의 임무다. 조 부장은 내한 오케스트라 공연의 화물 운송을 가장 많이 하는 베테랑. 공연기획사 빈체로 한정호 차장은 "'카고(화물)'와 '로지스틱스(물류)'는 실무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라고 말했다.
오는 21~22일 세계 정상급 지휘자 로린 마젤과 뮌헨 필하모닉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70~80명 연주자의 악기와 의상을 인천공항에서 공연장까지 무사히 실어 나르는 게 글로벌 물류회사 '어질러티'의 조용성(41) 부장의 임무다. 조 부장은 내한 오케스트라 공연의 화물 운송을 가장 많이 하는 베테랑. 공연기획사 빈체로 한정호 차장은 "'카고(화물)'와 '로지스틱스(물류)'는 실무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만난 그는 "비행기 화물칸이 열리는 순간부터 우리는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무진동(無振動) 특수 차량은 필수. 공연 전후 밤새 악기를 지키는 것도 그의 업무다. 오케스트라들은 악기를 실은 차량 내 온도를 24시간 15~22도로 유지해달라고 요구한다. "차는 건물과 달라 배터리로 돌기 때문에 항온·항습 시스템을 계속 틀어놓으면 과열돼요. 세 시간마다 2~3분씩 시동을 꺼야 하죠. 그러면 뜬눈으로 지새우기 일쑤예요."
피아노도 쳐본 적 없고 전공은 경영학(동국대 91학번)인 그가 악기 운반 세계로 뛰어든 건 1995년 제대 직후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본 미국 록그룹 '본 조비'의 공연이었다. "한 외국인 할아버지가 반바지에 소매가 찢어진 셔츠를 입고 악기를 나르고 있었어요. 본 조비의 투어 매니저였어요. 양복 입고 호텔에 가만 앉아 있어도 될 분이…. '저게 프로페셔널이구나' 감탄했죠."
1년에 굵직한 오케스트라 공연만 4~5개씩 소화할 수 있는 건 '작은 것이 만드는 차이' 덕분이다. 2008년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북한 평양에 갔을 때 순안공항에서 고려극장까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한 것도 그였다. "아무도 북한의 통관 시스템을 모르잖아요. 기름은 어디서 넣느냐, 물은 어디서 파냐, 약은 어떻게 구하냐 하고 저희가 하도 물어대니까 북한 사람들도 스트레스 받았어요."
피아노도 쳐본 적 없고 전공은 경영학(동국대 91학번)인 그가 악기 운반 세계로 뛰어든 건 1995년 제대 직후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본 미국 록그룹 '본 조비'의 공연이었다. "한 외국인 할아버지가 반바지에 소매가 찢어진 셔츠를 입고 악기를 나르고 있었어요. 본 조비의 투어 매니저였어요. 양복 입고 호텔에 가만 앉아 있어도 될 분이…. '저게 프로페셔널이구나' 감탄했죠."
1년에 굵직한 오케스트라 공연만 4~5개씩 소화할 수 있는 건 '작은 것이 만드는 차이' 덕분이다. 2008년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북한 평양에 갔을 때 순안공항에서 고려극장까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한 것도 그였다. "아무도 북한의 통관 시스템을 모르잖아요. 기름은 어디서 넣느냐, 물은 어디서 파냐, 약은 어떻게 구하냐 하고 저희가 하도 물어대니까 북한 사람들도 스트레스 받았어요."

오케스트라를 따라다니며 악기를 운반하는 일꾼들은 대부분 새벽에 일한다. 특히 밤 10시쯤 공연이 끝나고 인천공항에 악기를 가져가면 화물청사는 춥고 캄캄하다. 악기를 싣는 건 사람이 다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 한 팀의 악기와 의상은 전체 무게만 30톤이 넘는다. 동틀 무렵이 돼야 끝난다. 그때 그가 꺼내는 비장의 무기는 집에서 손수 만들어 가져간 샌드위치와 커피, 캔맥주다.
"일꾼들은 스트레스가 높아요. 시차 있고, 말 안 통하고, 먼지도 많고요. 땀 흘리고 난 뒤엔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어해요. 생수는 에비앙만 줘요, 삼다수는 의심하니까. 누가 저한테 그런 거 해달라 요청한 적 없어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저도 그런 배려를 받고 싶을 것 같더라고요."
16년째 공연계 언저리에서 일하지만 공연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비행기에 악기 다 싣고 외국인 스태프들과 땀에 전 티를 바꿔 입으면 뿌듯해요. 사이즈도 안 맞고 때도 잔뜩 묻어 있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아빠가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일꾼들은 스트레스가 높아요. 시차 있고, 말 안 통하고, 먼지도 많고요. 땀 흘리고 난 뒤엔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어해요. 생수는 에비앙만 줘요, 삼다수는 의심하니까. 누가 저한테 그런 거 해달라 요청한 적 없어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저도 그런 배려를 받고 싶을 것 같더라고요."
16년째 공연계 언저리에서 일하지만 공연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비행기에 악기 다 싣고 외국인 스태프들과 땀에 전 티를 바꿔 입으면 뿌듯해요. 사이즈도 안 맞고 때도 잔뜩 묻어 있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아빠가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