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진은숙의 '돌직구'… "作曲科 사라져야 음악 발전"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4.10 23:37

"창의력은 양산할 수 없는데 작곡과 나오면 모두 작곡가… 일대일 도제식이 더 효과적"

"앞으로 음대 작곡과는 사라질 것이며,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 진은숙(52·사진)씨가 한국의 작곡 교육 현실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새로운 예술)'를 앞두고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였다. 그는 "한 세기에 남을 수 있는 작곡가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도 공장에서 양산하듯이 학생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창의력은 양산할 수 없는데도, 대학만 마치면 작곡가 취급을 하는 풍토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 음대에서 공부한 '작곡과 출신'. 그래서 비판은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는 "역사적으로 한 나라에 수십 명의 작곡가가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학생들을 쏟아내는데도 정작 작품을 발표할 무대가 없으니 교단으로 돌아오고, 다시 학생들을 양산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한 현대음악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 작품이 쏟아지지만 충분한 여과 과정(filtering)을 거치지 않아서 범작이나 태작(��作)이 대부분이고, 연주자들이 충분한 리허설 시간을 갖지 못해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기 어려우며, 전달할 메시지가 없는데도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하게 쓰는 경향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얼마나 어렵게 작곡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씨가 말한 대안은 '일대일 도제식 교육'. 2006년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를 시작하면서 그가 가장 역점을 둔 일도 마스터클래스였다. 이 강좌를 통해 진씨를 사사한 작곡가 신동훈·최재혁씨는 스페인과 미국의 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김택수씨는 지난해 독일과 프랑스에서 신작을 발표했다. 진씨는 "앞으로 마스터클래스의 규모나 횟수도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