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부채춤, 펑키+해금… 낯설지만 궁합은 '환상'

  • 안산=정지섭 기자

입력 : 2013.04.08 23:36

美 유명 인디밴드 '아반 라바' 아이언 배, 韓 대학생들과 공연

일렉 기타와 드럼이 빚어낸 통렬한 비트에 맞춰 무용수들은 부채를 든 양팔을 휘젓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록(rock) 부채춤'을 보여줬다. 단아한 한복 차림 연주자가 앙칼진 듯 한 서린 고음의 '펑키(funky) 해금'을 선사했고, 식스팩 복근의 힙합 춤꾼들이 속사포 같은 랩을 쏟아냈다.

동서양 리듬을 뒤섞고 버무린 70분 동안의 논스톱 음악 퍼레이드가 지난 주말 경기도 안산의 학교 공연장을 후끈하게 달궜다. 미국 뉴욕의 인기 인디 밴드 '아반 라바'와 실용음악·무용·연기 등을 전공하는 서울예술대학교 학생 30명이 지난 5~6일 경기 안산 서울예대 예장홀에서 선보인 합동공연 '글로벌 뮤직 배틀'. 비 때문에 당초 예정했던 서울 명동 공연을 갖지 못한 게 매우 아쉬울 정도로 역동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무대였다.

아이언 배(오른쪽)가‘뮤직 배틀’공연 준비 중 '아반 라바' 멤버 및 서울예대 학생과 함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아츠플러스 제공
이 공연을 총지휘한 사람은 아반 라바의 드러머인 재미교포 2세 아이언 배(45). 세계적인 행위예술 집단인 미국 블루맨 그룹 음악감독 출신인 그는 최근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유명 재미 조각가 존 배〈본지 4월 2일자 A20면〉의 아들이다.

이번 공연은 즉흥적으로 성사돼 치밀하게 준비됐다. 아이언 배가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존 배와 친분이 두터운 연극계 원로 유덕형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예술대에서 학생들의 경험을 위한 합동공연을 제의한 것.

7일 공연 뒤 만난 아이언 배는 "20년 전에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가 이 학교 학생들과 즉흥 공연을 펼친 적이 있는데 어찌나 끼가 넘쳤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번엔 록 리듬과 한국 전통 음악을 접목시켜보고 싶었어요. 한국 전통 악기는 제게 무한한 음악적 영감을 주죠."

아이언 배의 구상에 따라 실용음악·한국음악·무용·연기 등 각 과에서 직접 오디션(3월 28일)을 통해 아반 라바와 무대에서 공연할 30명을 뽑고 나니 주어진 연습시간은 고작 닷새뿐이었다. 그 안에 영어 노래 가사와 멜로디를 외우고 안무도 익혀야 했지만 학생들은 무섭게 집중했다고 한다.

공연을 기획한 김승수 문화융합예술산업센터장(방송영상과 교수)은 "제아무리 끼가 넘치는 인재들이 모여도 결국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상품'이 돼야 한다. 그런 절박함을 아는지 학생들의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학생들을 격려한 아이언 배는 "20년 동안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끼도 일취월장했다. 정말 세계화(globalization)된 친구들"이라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솔로 무대를 가졌던 이미지(실용음악과)양은 "세계에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꿈에 한 발짝 다가간 느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