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묵었던 꿈의 호텔, 음악제 전용 공연장으로

  • 통영=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3.24 23:39

6월 완공되는 통영국제음악당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남 통영의 미륵산 자락. 부지 면적 3만3000㎡에 이르는 이곳에선 23일 드릴과 망치 소리가 한창이었다. 오는 6월 1300석 규모 콘서트홀을 갖춘 통영국제음악당 건립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콘서트홀과 300석 규모 다목적 소극장, 리허설 룸 등의 공사는 이미 끝났고, 객석과 무대 등 세부 공사만을 남겨놓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부지는 1971년 경남 지역 첫 관광호텔로 개관했던 충무관광호텔 터. 이 호텔은 당시 신혼부부들의 꿈의 숙소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역대 대통령들이 한려수도 시찰 때마다 묵었던 곳이다. 시는 2010년 이 호텔을 허물고 음악당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6월 완공되는 통영국제음악당. 내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공연장으로 쓰인다. /사진가 최명만
음악제 전용 공연장은 음악제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故) 박성용(1932~2005)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평생 꿈이었다. 지난 2003년 박 명예회장은 "음악제가 일정한 수준에 올랐으니, 이제는 당대에 끝나지 않을 꿈을 후세에 전해주고 싶다"면서 전용 음악당 건립을 주창했다. 이후 정부와 통영시는 예산 520억원 규모로 통영국제음악제 음악당을 짓게 된 것.

박 명예회장 타계 후, 이사장직을 물려받은 이홍구(79) 전 국무총리는 "친구의 꿈이 이뤄지는 걸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예일대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다.

지난 22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올해 음악제 개막작으로 열린 헨델의 오페라 '세멜레 워크'는 현재 공연장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고별작'이 됐다.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의상팀이 참여해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에서는 패션쇼와 오페라를 결합한 독특한 발상이 눈에 띄었다. 연주를 맡은 독일의 칼레이도스코프 앙상블은 닭 볏처럼 바짝 세운 머리와 주황색 스타킹, 찢어진 청바지로 펑크 분위기를 잔뜩 냈다. 이들은 바로크 연주 스타일에 충실하다가도 간이 앰프를 들고 다니며 무대에서 록 기타처럼 소리를 마구잡이로 증폭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실험을 선보였다.

패션모델 11명은 패션쇼처럼 시종 무대를 걸어 다녔고, 창원시립합창단원 29명은 객석 곳곳에 관객과 뒤섞여 있다가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일어서서 노래했다. 패션모델과 성악가, 관객과 합창단, 바로크와 현대음악까지 삼중(三重)으로 경계가 없었던 무대. 내년부터는 새로 지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