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동남아 작가 없소? 발품 파는 화랑들

  • 홍콩·마닐라=곽아람기자

입력 : 2013.03.05 03:03 | 수정 : 2013.03.05 04:20

페로탱 필리핀 출장 동행해보니

상품성 있는 작가 찾기 위해 화가·컬렉터와 쉼없이 미팅
아시아 컬렉터 취향에 맞고 '마진'도 높아 동남아 경쟁…한국시장 겨냥해 공격적 행보

09:05 홍콩서 마닐라행 비행기 탑승→11:15 마닐라 도착→14:00 작가 로널드 벤투라 작업실(4월 개인전 작품 논의)→18:00 컬렉터 집 방문→19:00 작가 마리아 다니구치 전속 화랑(아트바젤 출품 논의)→20:30 컬렉터 및 작가들과 만찬→이튿날 12:00 다니구치 작업실 방문→17:00 홍콩행 비행기 탑승.

지난달 27~28일 1박 2일간 갤러리 페로탱 홍콩 책임자와 행정 담당자의 '살인적 일정'이다. 앨리스 렁 갤러리 페로탱 홍콩 책임자는 "지난해에도 10차례 이상 동남아 일대를 방문했다. 그때만큼 빡빡하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 근거를 둔 이 화랑은 유럽 작가와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 등 기존 작가 외에 지난해 여름에도 인도네시아 작가 J. 아리아디트야 프라무헨드라 개인전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동남아 작가 발굴에 나서고 있다.


 

파리의 유명 화랑 갤러리 페로탱이 점찍은 필리핀 작가 로널드 벤투라 스튜디오. 지난달 27일 마닐라의 로널드 벤투라 스튜디오에서 페로탱 관계자들과 작가, 한국 기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크리스티 홍콩이 지난해 봄 처음으로 고가 미술품 경매에 동남아 작가들을 포함시켰을 뿐 아니라 홍콩에 분점을 둔 다른 구미의 메이저 화랑들의 움직임도 페로탱과 마찬가지. 아시아 작가를 둘러싼 대형 화랑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동남아 작가 찾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앨리스 렁 갤러리 페로탱 홍콩 책임자는 "동남아 작가들은 작품성 대비 가격이 저평가돼 서구 작가에 비해 마진이 높다. 또 필리핀 작가는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옅어 한국 컬렉터들의 취향에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이란 작가 파하드 모시리와 한국계 미국 작가 진 마이어슨 홍콩 분점 전시 개막식에서 만난 에마누엘 페로탱(45) 갤러리 페로탱 대표는 "우리는 아시아에 새로운 영토(new territory)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좋은 컬렉터와 작가군, 화랑이 갖춰진 다이내믹한 시장"이라고 했다.

모시리는 올 10월 갤러리현대에서, 마이어슨은 올 8월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일단 홍콩에서 작품을 선보인 후 서울을 노리겠다는 것. 페로탱은 지난 9월 KIAF(한국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올 7월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에도 적극 관여하는 등 한국 시장 개척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