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음악, 이렇게 마지막?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2.27 23:40

'바로크 악단' 만든 카위컨
벨기에 정부 보조금 중단하자 서명 운동 벌였지만 존속 위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벨기에 출신의 바로크 지휘자이자 연주자인 시히스발트 카위컨(69)은 기존 통념을 깨는 과감한 주장으로 논쟁을 불사하는 음악인이다. 2009년에는 두 다리 사이에 끼워서 연주하는 기존 첼로 대신 오른쪽 어깨 아래에 비스듬히 받치고 연주하는 '어깨 첼로(violoncello da spalla)'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독주곡을 녹음해서 파란을 일으켰다. 바흐의 칸타타를 연주할 때에도 그는 독창과 합창을 구분하는 관습 대신 4명 안팎의 성악가들에게 독창과 합창을 모두 부르게 해서 격론을 부른다.

하지만 그의 옹고집도 악단이 있고 무대에 설 때 가능한 일. 28일 서울 방배동성당에서 바흐의 칸타타를 지휘하기 위해 내한한 카위컨의 표정은 줄곧 비장하고 어두웠다. "20년 넘게 지속된 정부 보조가 중단되면서 오는 6월 이후에는 악단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바로크 음악의 한우물만 팠던 역사를 부정당하고 상업성으로만 내몰리는 상황이 고통스럽다."

그가 지난 1972년 결성한 바로크 음악의 산실 '라 프티트 방드(La Petite Bande)'는 현재 재정 위기에 봉착했다. 유럽 경제 위기 속에 지난 1월 벨기에 플랑드르주 정부는 보조금(56만유로·약 8억원) 지원을 전액 중단했다. 카위컨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애호가들의 지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달 만에 2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했지만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다.

카위컨의 형 빌란트는 바로크 첼로, 동생 바르톨트는 바로크 플루트 연주자다. 카위건의 부인과 딸, 조카까지 합치면 10여명이 바로크 음악에 '뼈'를 묻고 있다. 그의 딸 마리는 소프라노, 사라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 한국에서 입양한 딸과 아들은 법무부와 전자회사에서 일한다.

▷바흐솔리스텐서울의 바흐 칸타타 연주회(지휘·협연 카위컨), 28일 오후 8시 30분 서울 방배동 성당, (031)955-6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