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주는 19禁" vs "오직 연주로 승부"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2.27 23:26

경기 필하모닉 vs 수원시향… 수원 '클래식 라이벌전'
-'게릴라전' 경기 필하모닉
입장 권장 나이 공지하고 티켓 단체 판매도 없애 만우절음악회 등 기획력 강점
-정공법으로 맞서는 수원시향
베토벤 교향곡 음반 발매… 전국 9개 도시 순회 공연 등 지역 교향악단의 한계 넘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클래식 음악 도시는 경기도 수원이다. 특별시도, 광역시도 아닌 인구 114만의 수원이 클래식 음악계의 키워드로 떠오른 건, 경기 필하모닉(지휘자 구자범)과 수원시향(지휘자 김대진)의 급부상 덕분. 서울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국공립 오케스트라 두 곳을 보유한 도시는 수원이 유일하다. 경기도청이 후원하는 경기 필과 수원시청이 지원하는 수원시향의 '자체 라이벌전'은 음악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디어 탱크' 경기 필하모닉

경기도문화의전당(수원)에서 열리는 경기 필의 연주회에 가기 전에는 입장 권장 연령부터 상세하게 살피는 것이 좋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 음악회의 내용이 핏빛 치정극으로 치닫거나 성인 관객들도 즐기기 쉽지 않은 난이도의 음악일 경우, '13세 이상' 같은 입장 권장 나이를 자체적으로 설정한다. "처음 간 음악회에서 졸기만 하다가 좋지 않은 추억만 갖고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지휘자 구자범의 고집에 따라서 '권장 나이'를 공지하는 것. 경기 필은 '티켓은 관객이 직접 구입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단체 판매도 없앴다.

지난해 경기 필은 연주 곡목을 사전 공지하지 않은 만우절 음악회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음악회 등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중적 음악회로 주목을 받았다. 경기 필은 찾아가는 음악회도 90명 안팎의 대편성을 고집한다. 이지원 기획전문위원은 "강당이나 무대가 비좁을 경우에는 악단이 바닥에서 연주하고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원시향의 상임지휘자 김대진(왼쪽)과 경기 필하모닉의 지휘자 구자범. 두 악단은 올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6곡) 시리즈와 말러 교향곡 2번‘부활’연주회 등으로 수원의 클래식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다. /수원시립예술단·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정공법' 수원시향

경기 필의 행보가 예측 불허의 '게릴라전'이라면, 수원시향은 반듯한 모범생의 '정공법'에 가깝다.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수원시향은 베토벤 교향곡 2·5번 음반 발매, 전국 9개 도시 순회공연 등 지역 교향악단으로는 이례적인 기록들을 남겼다. 올해도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6곡)을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예술의전당에서 6차례에 걸쳐 연주한 뒤 내년 초에 전곡 음반으로 발매할 계획.

오는 10월 수원 장안구 정자동에 950석 규모로 완공되는 상주 공연장인 수원SK아트리움도 악단에는 호재다. 한수민 수원시립예술단 팀장은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 고전파 작품은 수원SK아트리움에서, 대편성 작품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연주하는 등 프로그램에 따라서 다양한 기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에 관객도 늘어

올해 두 악단의 평균 유료 관객 점유율은 60~80%로 뛰어올랐다. 수원시향은 서울 예술의전당과 연계 공연으로 수원·서울에서 두 차례 연주하며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 '초대권 사절'을 내건 경기 필의 객석 점유율은 80%를 웃돌 때도 많다.

두 악단 모두 내색은 않지만 상대팀의 전력에 신경 쓰는 눈치다. 경기 필 기획실 김원철씨는 "수원시향의 지휘자 김대진씨는 피아노와 지휘를 겸하기 때문에 폭넓은 협연자 선정 등 장점이 많다"고 했고, 한수민 팀장은 "경기 필은 리셉션이나 영상 상영 등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