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 강하게 얍!… 북구 관객 홀린 '떼' 몸짓

  • 스톡홀름=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2.20 23:29

현대무용 해외 순회단 '코리아 무브스' 스웨덴 공연
안성수·안수영팀 등 5개 팀 한달간 4개국 7개 도시 돌아
스트라빈스키 등 古典 재해석… 보편과 특수성, 맛깔나게 섞어
현지 관객 "표값 아깝지 않아"

처음이라는 신기함으로 눈길을 사로잡기는 쉽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다시 보게 하려면 작품의 힘이 없으면 안 된다. 과연 한국의 현대무용이 호기심 이상의 '힘'으로 북유럽의 눈 높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9일 북구 최대 무용 공연장인 '단센스 후스(Dansens Hus)'에 오른 세 작품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통쾌한 답변이었다.

이날 공연은 2010년 11월 한국 현대무용단의 해외 순회공연으로는 최대 규모였던 '코리아 무브스(Kore-A-Moves)' 팀이 2년여 만에 다시 선 무대였다. 이번에는 5개 무용단이 지난 11일 덴마크 공연을 시작으로 한 달간 4개국 7개 도시를 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우상)과 공연기획사인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대표 장광열)가 공동 주최한 민관 합동 예술 교류 프로젝트다.

19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단센스 후스 극장에서 박수를 받은 현대무용가 안성수씨의 작품‘로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봄의 제전’을 재해석한 역동적인 작품이다. /안성수픽업그룹 제공
열기는 막이 오르기 전부터 감지됐다. 진눈깨비가 을씨년스럽게 날리던 19일 오후 7시, 공연장으로 금발 관객이 속속 모여들었다. 검은 머리 관객은 한국 취재진뿐. 2년 전보다 관객이 1.5배 정도 늘었다. 단센스 후스의 700석 중 520석이 찼다.

2시간을 장악한 것은 중견 안무가 안성수의 노련함과 신진 안수영의 패기였다. 안성수의 신작 '바디 콘체르토', 차이콥스키 고전을 비튼 안수영댄스프로젝트의 '백조의 호수',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재해석한 안성수픽업그룹의 '로즈'가 이어졌다.

보편성과 특수성 비율이 적절한 공연이었다. 스트라빈스키와 차이콥스키 고전의 창의적 해석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북구의 관객까지 몰입하게 했다. 세 작품 모두 조명 이외에 무대 장치는 전혀 없었다. 오직 몸의 움직임, 즉 안무가가 빚어낸 무용수의 몸짓으로만 눈을 붙잡아야 하는 정면 승부. 안성수의 작품은 음표와 음표 사이에 칼로 베어낸 듯한 정적을 심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배치한 감각이 탁월했다. 환경 오염에 대한 고발을 담은 힙합 리듬의 '백조의 호수'는 작품 곳곳에 숨겨둔 유머에 객석에서 수시로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공연 후 한 젊은 여성 관객은 안성수에게 다가와 "정말 대단했다(really marvelous)"며 "이 공연의 표를 사서 행복한 밤이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관객의 뒷모습에서도 열정이 느껴질 정도의 반응에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코리아 무브스 팀은 독일과 영국으로 넘어가 내달 11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