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베토벤은 新曲, 비틀스는 古典"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2.19 23:06

서울시향 지휘차 방한… 크리스티안 예르비

서울시향 제공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이 음악계의 생리다. 지난해 10월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60)이 아들 병간호 때문에 베를린 필의 지휘를 취소하자, 지휘봉은 에스토니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예르비(41·사진)가 넘겨받았다. 19일 내한한 그는 "리허설을 시작하기 불과 사흘 전에야 통보를 받았지만, 카라얀부터 내려오는 베를린 필의 전통 덕분에 무사히 콘서트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명훈의 '대타'였던 그가 이번엔 정명훈의 악단인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21일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협연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과 피아노 4중주 1번의 관현악 버전(편곡 쇤베르크)을 들려주는 것.

그는 '지휘 명가의 막내'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명지휘자인 아버지 네메(76)는 시벨리우스와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북유럽 관현악에서 일가를 이룬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형 파보(51)는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 독일 고전부터 프랑스 관현악까지 왕성한 '음악 식욕'을 자랑한다. 반면 막내인 크리스티안이 관심을 쏟는 분야는 현대음악과 재즈, 로큰롤 등이다.

그는 1993년 뉴욕에서 창단한 앱솔루트 앙상블을 이끌고 록 기타리스트 프랭크 자파의 음악만 3시간 동안 휴식 없이 연주했으며,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인도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내게는 베토벤과 브람스도 새로운 음악(new music)이며,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도 고전(classic)"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음악도 현대적 해석과 조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새롭고, 오늘의 대중음악도 길이 전해질 가치가 있다면 고전"이라는 것이다.

예르비는 "브람스가 독일과 헝가리의 민속음악과 춤곡의 영향을 받았듯이 오늘날 우리는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문화란 언제나 섞이고 교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연주회(지휘 크리스티안 예르비),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158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