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4 23:52
[5개 도시 독주회 여는 손열음]
"앙코르 곡은 재즈도 연주… 레퍼토리, 고심해서 선택
세상의 피아노곡 다 치고파… 40대까지는 앞만 보고 간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7)의 음악회에 간 팬들은 언제나 조마조마한 기분이 된다. 앙코르에서 언제 어떤 대담한 곡을 들려줄지 모르기 때문. 지난해 5월 영국의 실내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의 협연 때도 그랬다. 앙코르로 모차르트의 친숙한 '터키 행진곡'을 치는가 싶더니 곧바로 초절기교의 변화무쌍한 재즈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터키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Fasil Say)가 편곡한 버전이에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연주회 당일에 급히 악보를 다운 받았죠."
독일 하노버에 머물고 있는 그와 11일 전화 인터뷰했다. 그 자리에서 악보를 읽고 소화하는 초견(初見)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열음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 앙코르다.
오는 19일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도 손열음의 '피아노 탐구생활'은 계속된다. 쇼팽의 친숙한 독주곡에 앞서서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알캉의 '이솝의 향연'을 연주한다. 후반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8번이 끝난 뒤에는 러시아의 현존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76)의 연습곡 세 곡을 덧붙인다. 작품은 물론, 작곡가 이름마저 낯선 그의 레퍼토리에 고심하던 공연 주관사는 "이런 것이 바로 초절기교!"라는 선전 문구를 붙였다. 알캉과 카푸스틴의 작품은 그에게도 첫 도전.
"미식가들이 이 세상의 진수성찬을 다 먹어보기를 바라듯이, 저는 세상의 모든 피아노곡을 다 치고 나서 죽고 싶어요. 낯설거나 좀처럼 연주하지 않는 곡들을 넣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적어도 40대가 될 때까지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려고요."
어렵게만 보이는 이 작품들에도 뚜렷한 흐름은 숨어 있다. 알캉은 리스트, 쇼팽과 교유했던 작곡가이며, 러시아의 카푸스틴은 프로코피예프 후세대 작곡가다. 19세기 낭만주의든, 현대의 러시아가 됐든 '피아노 비교체험'의 기회인 셈. 손열음은 "콩쿠르처럼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나열해서 연주하는 것은 사절"이라며 "언제나 음악적 주제와 이야기가 깃든 연주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손열음은 관객으로서도 '개근생'이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협연이 끝난 직후에는, 사흘 연속 서로 다른 공연장에 관객으로 나타났다. 손열음은 "관객으로 갈 때는 철저하게 애호가의 심정으로 편하게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현재 손열음이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는 재즈 피아노. 지난 2006년 독일 하노버 음대로 유학 간 뒤부터 짬날 때마다 틈틈이 재즈 피아노를 배운다. 그는 "즉흥 연주는 시작도 못 했고 여전히 재즈 화성을 배우는 중"이라며 "클래식 곡을 연주할 때는 귀에서 좀처럼 쓰지 않았던 부분을 쓰는 것 같아서 언제나 새롭고 신기하다"고 했다. 피아노에 관한 한, 손열음의 '탐구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열음 피아노 독주회, 2월 1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23일 경남 양산문화예술회관, 3월 1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5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7일 서울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