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작품 변경 절차 잘못됐다"… 극단 "여론 시끌, 싫은 것 아니냐"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2.06 23:24

[연극 '한강의 기적', 공연 8일 앞두고 대관 취소]
"'한강'은 경제인 이야기일 뿐… 5·16 미화 보도 의식한 처사"
극단 측 반박문 내고 규탄

연극 '한강의 기적'(제작 민중극단·이하 '한강'·사진)이 개막 8일을 앞두고 사실상의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 '한강'은 14~24일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이하 한팩)가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팩 측은 6일 극단에 "'한강의 기적'으로는 대관 불가"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개막 일주일을 앞둔 공연의 대관 취소는 한팩 설립 이후 최초이며, 타 공연장에서도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팩 측이 밝힌 취소 이유는 '작품 변경을 둘러싼 절차상 오류'. 민중극단은 지난해 11월 유진 오닐의 '얼음 상인 돌아오다'로 대관 신청을 했다. 당시에는 4월 이후 공연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2월에 대관이 되면서 "그 기간 내에 준비하기에는 벅찬 작품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극단 측 설명. 그래서 바꾼 작품이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작 김의경). 작품 변경 신청을 하고 12월 말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극단이 작품을 한 번 더 바꾼 것이다. 민중극단 이종일 대표는 "'아나키스트'의 작가와 각색에 대한 협의가 안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해, 2년 전 초연해 2월 공연에 무리가 없는 '한강의 기적' 재공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경 신청을 하러 가자 한팩 측 담당자가 '작품 변경을 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니 제목 변경으로 하라'고 안내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극단 측은 신청 후 대관료도 완납하고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강'을 두고 "5·16 쿠데타 미화극을 공공극장에서 공연한다" "작품 변경 승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관 절차 문제가 불거졌다. 한팩 측은 "절차상 오류에는 우리 측 잘못도 있으나,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고 대관 취소 배경을 밝혔다.

극단 측은 "한팩 측 안내대로 따랐는데 이제 와서 공연을 못 올리게 하는 것은 일방적인 처사"라며 "절차상 오류 외에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극단은 6일 '한팩 대관 취소에 따른 민중극단의 입장'이라는 반박문을 내고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며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종일 대표는 "'한강'은 쿠데타 미화와는 거리가 멀며,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등 3인의 경제적 업적에 무게를 둔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다른 극장을 대관해 공연을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강'은 서강대 메리홀에서 원래 예정됐던 기간인 14~24일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