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패션쇼를 만났을 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2.03 23:18

헨델의 오페라 '세멜레' 3월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디자이너 웨스트우드가 의상

"이건 오페라로 통합된 패션쇼다." 지난 2011년 독일 하노버에서 헨델의 오페라 '세멜레(Semele)' 공연이 끝난 뒤, 공연 의상을 맡았던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72)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럴 만했다.

당시 공연장 한복판에는 패션쇼처럼 68m 길이의 무대가 놓였다. 헨델의 오페라가 흐르는 내내, 일본 가부키 배우처럼 순백색으로 화장한 모델들이 이 무대를 걸어 다녔다. 성악가들도 시종 이 무대 위에서 뒤엉켜 노래하고 연기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의상을 맡아 패션쇼처럼 연출한 헨델의 오페라‘세멜레’.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패션쇼 같았던 이날의 공연 의상은 2011년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것. 당시 오페라 공연에도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세멜레 워크(Semele Walk)'라는 이름이 붙었다. 웨스트우드는 "당시 의상의 주제는 기후 변화와 지구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패션쇼 오페라'가 오는 3월 22~23일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작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아시아 초연. 이 공연을 위해 통영시민문화회관 1층 객석 위로 30m 길이의 통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무대가 객석 한복판을 가르는 구상이다. 독일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주요 성악가들이 내한한다. 통영국제음악제 이용민 사무국장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특유의 펑크(punk·반항을 주제로 한 문화)한 느낌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바로크 오페라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