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불협화음, 조율 카드는 '방북 공연'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1.30 23:56

박원순 시장·정명훈 감독갈등서 대타협까지 무슨일?

갈등인가, 밀월인가. 서울시향 대표 인선을 놓고 1년 가까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였던 박원순(57) 서울시장과 정명훈 서울시향(60) 예술감독이 최근 합의점을 찾았다. 여성 경영인 출신인 박현정(51) 전 삼성생명 전무를 후임 대표로 내정하기로 합의한 것. 박 대표 내정자는 곧 취임식을 갖는다. 〈본지 24일자 A23면〉

인사권자인 박 시장은 그동안 여성 공연 전문가를, 서울시향의 음악적 책임을 진 정 감독은 전문 경영인 출신을 내세우며 한 치 양보 없이 부딪쳤다. 하지만 둘은 최근 사회 공헌 프로그램 강화와 대북 공연 추진으로 다시 '화해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과 정 감독은 오월동주(吳越同舟)나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음악계의 시각이다.

서울시향 대표 인선을 놓고 1년 가까이 이견을 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정 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최근 사회 공헌 프로그램 강화와 대북 공연 추진에 대해 합의점을 찾으면서 화해 모드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2011년 12월 정 감독의 재계약을 앞두고 열렸던 오찬 회동. /오종찬 기자
①기(起) '정명훈 불가론'

2011년 10월 박 시장 당선 직후, 박 시장 주변에서는 '정명훈 불가론'이 거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클래식 음악은 일부 계층을 위한 예술이며, 정 감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직접 낙점한 인사"라는 것. 2008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정 감독이 이 대통령에게 지휘봉을 건넨 사실도 뒤늦게 입방아에 올랐다. 민예총 출신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처럼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의 문화단체장 인사가 '코드' 위주로 흐른 것도 '정 감독 불가론'을 부채질했다.

②승(承) '맹공 이후의 화해'

박 시장 취임 직후인 2011년 11월 서울시의회는 정 감독의 고액 연봉설 등을 집중 제기했다. 정 감독의 가족에게 항공권을 지급하는 등 서울시향의 일부 부적절한 대우도 공세의 빌미를 낳았다. 하지만 한 달 뒤인 12월 박 시장은 정 감독과의 오찬 회동에서 정 감독의 '3년 재계약'에 사인했다. 정 감독은 2014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③전(轉) '인사 갈등'

갈등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니었다. 지난해 2월, 당시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가 임기를 마치며 갈등이 되살아났다. 한때 음악계에선 정 감독의 사표설까지 돌았지만, 서울시향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제3의 인물'을 놓고 수개월간 절충 끝에 지난해 연말 박현정 전 전무가 최종 낙점됐다.

④결(結) '평양 공연 카드'

박 시장은 최근 박 전 전무를 후임 대표로 내정하면서 서울시향에 두 가지 주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찾아가는 음악회' 같은 사회 공헌 프로그램 강화와 서울시향의 북한 공연 추진. 박 시장은 2011년 취임 직후 "경평축구 부활과 서울시향 평양 공연 추진을 한국 통일부와 북한 당국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북한 공연에 대한 관심은 정 감독도 뒤지지 않는다. 2011년 남북 음악 교류를 위해 방북했고,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공연을 성사시켰다. '서울시향 방북'이란 키워드만 놓고 보면, 정 감독은 박 시장에게 '최상의 카드'. 불협화음을 내던 두 사람은 결국 '북한 공연'이란 새로운 목표로 화음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 음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