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CJ, 돈주고 뺨 맞기?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1.29 23:17

CJ토월극장의 대변신에 들어간 공사비는 총 270억원. 이 중 150억원을 CJ그룹이 후원했다. CJ는 향후 20년간 연중 3개월 우선 대관할 권리를 갖는다. 대기업 CJ의 후원은 2010년 6월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극장명이 토월극장에서 'CJ씨어터'로 변경된다는 설이 돌자 "토월회 이름을 딴 극장의 순수 예술 정신이 훼손된다"며 서울연극협회가 반대 성명을 냈다. CJ의 우선 대관권을 두고서도 '순수 예술의 산실인 토월극장이 뮤지컬 전용 극장이 되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예술의전당 측은 29일 "CJ 대관은 비수기인 1~3월이나 6~8월에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제한은 'CJ가 돈 주고 뺨 맞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기업의 후원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뮤지컬은 '순수'하지 않고, 돈이나 버는 장르라는 인식도 한몫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IBK쳄버홀은 IBK기업은행이 공사비 80억원 중 45억원을 냈다. 당시에도 "기업 이름을 달면 예술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공연장은 건립엔 거액이 들어가면서도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기업 후원 없이는 힘들다. 뉴욕의 저명한 비영리 극단인 라운드어바웃 씨어터 컴퍼니가 운영하는 셀윈극장은 2000년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개·보수 비용 중 절반 정도인 850만달러를 내자 극장명을 아메리칸에어라인극장으로 '화끈하게' 바꿨다.

CJ 후원금 150억원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거액. 그럼에도 '비수기에만 공연하라'는 제한은 후원 기업에 비수기 극장까지 메우라는 주문이다. CJ토월극장 사례를 보고, 향후 선뜻 문화 후원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순수 예술'은 문화의 핵심이지만, 문제는 그 '순수'를 지키려면 '돈'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