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가뭄, 해외서 우물 판다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3.01.27 23:39

올해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국내 11개 화랑 참가

"국내에선 힘들다. 나가서 팔자."

미술 시장 불황에 시달리는 국내 화랑들의 해외 아트페어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올해는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미술시장 경기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상태. 화랑들은 해외 신생 아트페어도 새 시장 개척 차원에서 마다하지 않는다.

24~27일 열린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에는 국내 11개 화랑이 참여했다. 이 아트페어는 올해로 3년째. 1회 6개, 2회 7개 국내 화랑이 참가했다. 싱가포르 거주 외국인 주재원들이 주 컬렉터층인 이 아트페어는 싱가포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처음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에 참가한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는 27일 "새 시장 '검토' 차원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는데, 인도네시아·타이완 손님들이 꽤 사 갔다. 그냥 국내에 있는 것보다 나았다"고 했다. 국내외 작가 13명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인 이 화랑은 프랑스 작가 오또니엘의 설치 작품(5만달러), 이집트 작가 가다 아메르의 조각(10만달러), 이기봉의 회화(6만달러) 등을 판매했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로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에 참여한 가나아트갤러리는 "국내 작가 17명 작품 50여점을 내놨는데 젊은 작가들 작품이 잘 팔린다. 특히 조각가 이환권 작품이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이환권이 이번 페어에 내놓은 작품가는 4만달러대 초반이다. 13명 작가가 작품 30여점을 낸 갤러리현대도 "한국서는 만나기 힘든 동남아 고객을 많이 만나 컬렉터층을 다변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 6월 아트바젤에 참가하는 PKM 트리니티 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국내는 얼어붙었지만 국제적 '큰손'들은 꾸준히 작품을 구입한다"며 "이들은 아트페어에서의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기 때문에 해외 화랑들도 전시회보다 아트페어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교수)은 작년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전년 대비 12%가량 감소했지만 해외 미술 시장은 상승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13·14일 뉴욕 경매에서 소더비(3억7510만달러·약 3965억원)와 크리스티(4억1180만달러·약 4353억원)는 각각 현대미술 경매 총 낙찰액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전시장의 국제갤러리 부스. 24~27일 열린 아트페어에는 25개국에서 131개 화랑이 참여했다. /국제갤러리 제공
서울 인사동의 중·소형 화랑들도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마찬가지. 대형 아트페어 기간 주변에서 열리는 '위성 아트페어'가 이들의 공략 대상이다. 호당 15만~20만원 정도의 지방 작가들을 거래하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는 지난해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열리는 '햄튼 아트'를 비롯해 미국·싱가포르·홍콩 등의 11개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이 화랑 대표는 "여름 휴가철 햄튼 아트페어에 가면 비치 가운 입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우리 지방 작가들의 1000달러(약 100만원) 정도 그림을 '마음에 든다'며 사 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