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값에 클래식… 된다? 안된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1.24 02:10

[클래식 공연 마케팅이 달라졌다]
'클래식은 할인 없다' 통념 깨고 조기·패키지 할인 판매 인기
금호아트홀, 석 달 전 예매시 1만원… 서울시향, 50장에 110만원 패키지
관객 많아져도 매출은 크게 안 올라… 공연장 "진입장벽 낮추는 효과 기대"

최근 목요일 저녁 8시 서울 새문안로 금호아트홀(390석)을 찾는 관객들은 부산스러운 활기에 놀란다. 지난해 이 공연장의 평균 유료 관객은 객석 절반을 조금 웃도는 215명 수준(55%). 빈자리가 찬 좌석보다 많은 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신년음악회와 17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독주회는 모두 매진을 이뤘다. 올해 도입한 티켓 할인 제도 덕분이다.

이 공연장의 기획 공연 티켓 가격은 3만원. 하지만 올해부터 공연 석 달 전에는 1만원, 두 달 전에는 2만원, 한 달 전부터는 3만원에 파는 '123 요금제'를 도입했다. 최대 할인율이 66%이니, 매진이라도 티켓 매출(390만원 이상)은 예전 평균(645만원)보다 도리어 떨어지는 '기현상'도 생겼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일찍 예매하면 영화관 티켓값과 가격 차가 거의 없다. 공연장은 손해지만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아파쇼나토 4중주단의 연주회. 평균 연령 25세의 젊은 실내악 팀이지만 전체 390석 가운데 티켓 367장이 팔렸다. /허영한 기자
불황에 대응한 클래식 음악계의 마케팅 경쟁이 공연장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싸게 파는 '할인 판매', 일찍 파는 '조기 판매', 묶어서 파는 '패키지 판매' 등 크게 3가지 전략이 화두다.

2010년 서울시향이 패키지 판매를 도입했을 때, 전체 패키지 판매는 전체 2817장, 공연당 157장 수준이었다. 4년째인 올해 전체 판매량은 1만5443장, 공연당 858장으로 4배 증가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00석)의 3분의 1가량이 패키지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다. 2000년 개관 당시부터 패키지 판매를 도입한 '원조' LG아트센터도 패키지 판매량은 2009년 3600장에서 2012년 7100석으로 2배 증가했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는 조기 예매 관객에게 10~2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 제도를 3년 전 도입했다. 평균 25%의 좌석이 조기 구매 관객에게 돌아간다. 강민선 크레디아 부장은 "조기 객석 점유율을 높여 흥행 부담을 덜고, 소문에 따른 홍보 효과도 크다"고 했다.

이런 제도는 관객 습관도 조금씩 바꿔놓는다. 일찌감치 싸게 사고, 연간 스케줄을 공연 일정에 맞추는 '헤비 유저(heavy user·구매 빈도가 높은 사람)'가 늘고 있는 것. '클래식 중독'을 부추기는 효과가 생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창고형 미술관을 운영하는 박춘기(68)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시향의 연간 공연 25회를 아내와 함께 두 장씩 50매 구입하며 110만원을 결제했다. 말러 교향곡 시리즈를 보느라 오후 미술관 공사를 5시에 중단하고 예술의전당으로 향한 적도 있다.

13년차 직장인 황선우(37)씨도 올해 서울시향 18회 연주회 티켓을 46만원에 패키지로 샀다. 그는 "급하게 출장이 잡혀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신 트위터를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양도했다"고 말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5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나고 생활 습관도 선진국형으로 변하면서 예매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앞으로 이 추세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