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지휘자가 되겠느냐고요? 그거야 다시 태어나봐야 알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3.01.09 23:16

시카고 심포니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다음 달 처음 내한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강철 같은 금관 사운드를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악단. 2008년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세계 평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빈 필, 베를린 필과 런던 심포니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미국 악단 중 가장 높은 순위. 2010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2·사진)가 내한 공연을 앞두고 한국 언론의 이메일 질문에 9일 답변서를 보내왔다.

크레디아 제공

―세계 교향악단 순위 결과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든 순위를 매기는 건 언제나 어렵다. 이탈리아 화가인 티치아노가 카라바조보다 위대하다거나, 카라바조가 라파엘로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시카고 심포니가 세계에서 두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훌륭한 악단이라는 점만은 분명하겠지만."

―당신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로 불린다. 지휘자로서 민주적인가, 독재적인가.

"단원 100여 명과 상대하는 지휘자는 능수능란한 외교관이자 세심한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200개의 눈이 언제나 지휘자를 지켜보는 것이다. 지휘자는 리더이거나 아버지, 큰형이 되어야 한다. 결코 독재자가 될 수는 없다고 믿는다."

―지휘자로서 성공의 비결은.

"모든 지휘자는 작곡 기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요즘 젊은 지휘자들은 대위법과 화성을 깊이 공부하기보다는 지휘대 위에서 외형적인 쇼(show)에만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말했듯 '박자를 맞추는 건 당나귀도 할 수 있다. 음악을 빚어내기 위해 지휘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시카고 심포니의 음색을 다른 악단과 비교하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수천 가지 색채로 가득한 '향수' 같은 현악 사운드라면, 시카고 심포니는 바위처럼 견고한 악단이다. 하지만 우리의 바위(악단)는 부드러움도 함께 갖추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지휘자가 되겠는가?

"언젠가 연출을 하기로 결심한 딸(배우 출신의 연출가 치아라 무티)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삶은 고독과 낙심의 연속일 거야. 만약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삶은 여전히 고독과 일뿐일 거야.' 이탈리아 남부에서 음악 공부를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지휘자가 됐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지휘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시카고 심포니 내한 공연, 2월 6~7일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