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선 이름도 모른 '병풍집 할바이' 해외에선 가장 알려진 풍속화가였다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3.01.06 23:19

19세기 원산서 활동한 김준근 조선 찾은 외국인에 그림 팔아
해외박물관 소장 그림 1023점 갤러리현대서 그의 작품 조명

조선시대 풍속화가 중 해외 박물관에 그림이 가장 많이 소장된 사람은 누구일까? 단원(檀園) 김홍도(1745~?)도, 혜원(蕙園) 신윤복(1758~?)도 아니다.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19세기 중엽~20세기 초)이다. 생몰연대도 모르고, 생전에 한양에선 그 이름도 몰랐던 화가 김준근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1651점을 그렸다. 그중 1023점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유명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준근이 국제적 인기 화가로 떠오른 비결은 활동 무대에 있다. 그는 조선 최초 개항장(開港場) 중 한 곳인 원산에서 '병풍집 할바이'로 유명한 화가였다. 원산을 찾은 외교관·무역상·선교사 등은 조선의 추억을 간직할 기념품을 찾았다. 요즘 여행자들이 현지 풍광을 담은 사진엽서를 수집하듯이. 김준근의 그림은 그런 수요에 딱 맞았던 것.

김준근의 19세기 말 풍속화. 왼쪽은‘곤장’, 오른쪽은‘기생과 함께 골패 하고’. /갤러리현대 제공
15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옛 사람의 삶과 풍류'에는 김준근 작품 50여점이 나온다. 전통 혼례·그네뛰기·널뛰기 등 흔히 봐온 소재뿐 아니라 곤장과 주리틀기 등 형벌 장면, 양반들이 기생과 쌍육·골패놀이하는 모습 등 19세기 말 조선 풍속이 생생하다. 단 인물의 신체 비례가 어색하고, 표정이 경직돼 있는 등 그림 수준은 낮은 편. 전시 기획에 참여한 유홍준 전(前) 문화재청장은 "해외에 수출된 그림인데, '좀 더 잘 그린 그림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전시에는 이 밖에 단원 김홍도 작품으로 전해지는 춘화(春畵) 5점, 혜원 신윤복 작품으로 전해지는 춘화 10점 등 '19금' 그림들도 나온다. 관람료 일반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02)2287-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