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6 23:26
매튜 본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대담한 상상력과 과감한 비틀기는 여전했다. 근육질 남성에게 깃털 바지만 입혀 춤추게 한 '백조의 호수'(1995)로 국내 무용팬에게도 인기 있는 스타 안무가 매튜 본의 신작 '잠자는 숲 속의 공주(Sleeping Beauty)'가 지난 4일 영국 런던 새들러즈웰즈 극장에서 세계 초연 개막했다. '호두 까기!(The Nutcracker!·1992)'로 시작한 매튜 본의 차이콥스키 3부작 완결판이다.
내달 29일까지 계속되는 공연은 이미 거의 매진됐다. 티켓 가격은 12~60파운드(한화 2만~10만원). 다른 공연에 비해 저렴한 것은 오케스트라 없는 녹음 반주를 쓰기 때문이다. 가격 접근성은 올라가지만, 작품성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내달 29일까지 계속되는 공연은 이미 거의 매진됐다. 티켓 가격은 12~60파운드(한화 2만~10만원). 다른 공연에 비해 저렴한 것은 오케스트라 없는 녹음 반주를 쓰기 때문이다. 가격 접근성은 올라가지만, 작품성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매튜 본이 쓰고 안무한 '잠자는…'에는 동화적 상상력과 현대적 해석이 고루 섞였다. 익히 알려진 대로 공주가 나오고 잠도 잔다. 그러나 나와야 할 왕자는 끝까지 안 나온다. 대신 일찌감치 연애에 눈뜬 공주가 사귀는 평민 남자 친구가 나온다. 평민(케이트 왕세자빈)과 결혼한 영국 윌리엄 왕자의 변형판이다. 작품은 곳곳에서 예상을 깨고 변신하며 대중의 맥박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매튜 본의 감각을 펼쳐보였다.
이야기는 나쁜 마녀의 저주를 받은 오로라 공주가 태어나는 1890년에 시작한다. 공주는 성년이 되던 1911년 장미 가시에 찔려 잠이 든다. 원작에서는 그 후 110년이 흐르고 왕자가 구출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매튜 본의 재치. 공주는 110살 연하의 왕자 대신, 뱀파이어가 돼 110년을 기다린 남자친구와 결혼한다. 2막에서는 본의 전작에 등장하는 상반신 누드 남성의 군무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남성의 육체가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을 정확하게 간파한 배치다. 나이트클럽이 배경인 3막에서는 네온 블루 조명에 빨간 코트를 입은 무용수의 군무가 현란하다. 공주를 구한 남자 친구가 그녀를 안고 선 장면은 '백조의 호수' 마지막과 정확히 포개진다. 사랑의 완성과 승리를 표현하는 매튜 본의 인장(印章)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응애응애 울며 아장아장 기어다니고 호기심 가득한 손짓과 고갯짓을 멈추지 않는 '아기 무용수'. 사실은 인형이다. 하지만 등장할 때마다 인기를 독차지하며 웃음을 끌어낸다.
안무로만 보면 혁신적인 시도는 없었지만 춤과 무대가 어우러지는 전체적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동화적 환상을 새겨 넣은 궁전과 금빛 불빛을 밝히고 미끄러지듯 왕궁으로 들어오는 요정의 춤은 영상으로 재생될 수 없는 현장의 미학을 과시한다. 공연은 내년 6월까지 이탈리아와 러시아를 순회할 예정. 국내 관객에게도 쉽게 다가올 작품으로 보인다.
이야기는 나쁜 마녀의 저주를 받은 오로라 공주가 태어나는 1890년에 시작한다. 공주는 성년이 되던 1911년 장미 가시에 찔려 잠이 든다. 원작에서는 그 후 110년이 흐르고 왕자가 구출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매튜 본의 재치. 공주는 110살 연하의 왕자 대신, 뱀파이어가 돼 110년을 기다린 남자친구와 결혼한다. 2막에서는 본의 전작에 등장하는 상반신 누드 남성의 군무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남성의 육체가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을 정확하게 간파한 배치다. 나이트클럽이 배경인 3막에서는 네온 블루 조명에 빨간 코트를 입은 무용수의 군무가 현란하다. 공주를 구한 남자 친구가 그녀를 안고 선 장면은 '백조의 호수' 마지막과 정확히 포개진다. 사랑의 완성과 승리를 표현하는 매튜 본의 인장(印章)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응애응애 울며 아장아장 기어다니고 호기심 가득한 손짓과 고갯짓을 멈추지 않는 '아기 무용수'. 사실은 인형이다. 하지만 등장할 때마다 인기를 독차지하며 웃음을 끌어낸다.
안무로만 보면 혁신적인 시도는 없었지만 춤과 무대가 어우러지는 전체적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동화적 환상을 새겨 넣은 궁전과 금빛 불빛을 밝히고 미끄러지듯 왕궁으로 들어오는 요정의 춤은 영상으로 재생될 수 없는 현장의 미학을 과시한다. 공연은 내년 6월까지 이탈리아와 러시아를 순회할 예정. 국내 관객에게도 쉽게 다가올 작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