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악을 울려라, 어머니를 위해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12.21 23:13

국립국악원, 혜경궁 홍씨 회갑 재현

연말은 효심(孝心)을 부르는 시간.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왕조의 꿈, 태평서곡'은 조선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벌였던 진찬례(進饌禮)를 복원한 송년 공연이다.

막이 오르면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객석과 등진 채 중앙 앞쪽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관객들은 어머니의 시선으로 이 잔칫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날만큼은 정조도 만인(萬人)의 군주에서 아들로 돌아와 "삼가 축하하는 자리에 모시고서 경건히 술잔을 따라 올리오니 어머님의 연세를 아는 이 기쁜 날 칭송하는 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옵니다"는 치사(致詞)를 드린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현한‘왕조의 꿈, 태평서곡’가운데‘연화대무’장면. /국립국악원 제공
이어지는 무대는 정악단과 무용단 등 총 160여명이 투입되는 '조선 왕실의 블록버스터'다. 1000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영묘한 복숭아(千歲靈桃·천세영도)를 봉헌하는 '헌선도', 학의 탈을 쓰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학무', 연꽃 속의 동녀(童女)가 추는 '연화대무' 등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궁중음악이 함께 울린다. 지난 2001년 국립국악원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참가작으로 국내외에서 호평받은 작품. 22일에는 구혜자 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針線匠) 보유자, 23일에는 안숙선 명창이 각각 혜경궁 홍씨 역을 맡는다. 객석에 앉은 어머님 마음도 혜경궁 홍씨와 같을 것만 같다. (02) 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