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찾는 성인남녀의 인기 관광코스

입력 : 2013.01.02 10:17

건강과 성박물관

‘성(性)’은 인간이 빚을 수 있는 최고의 예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늘 접하면서도 정확히 몰라 추측만 할 뿐이다. ‘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답을 제시하는 제주도 ‘건강과성박물관’을 찾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건강과성박물관’에 들어서면 ‘섹스’, ‘성감대’, ‘자위’, ‘동성애’ 등 일상에서는 입 밖에 꺼내기가 쉽지 않은 단어들을 패널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금기’ 혹은 ‘수치’라는 말로 치부되는 단어들이지만, 박물관 안에서는 이 단어들과 자유롭게 재회하는 순간 관람객들은 성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고 이름 모를 후련함에 가슴이 뻥 뚫리기도 한다.

성에 대한 무지와 모종의 숨기기 본능에 사로잡힌 자신을 반성할 수도 있다. 과거 학창 시절 은밀하게 돌려보던 야한 잡지를 통해 ‘성’이라는 것에 눈을 떴고, 엄마 몰래 친구들과 모여 앉아 ‘19금’ 딱지가 붙은 비디오를 보면서 육체적인 성관계의 수순을 학습했던 성인이라면 더더욱 크게 자신을 질책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물관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성(性)은 건강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야한 오브제만 나열된 성박물관은 가라!

건강과성박물관에서는 성문화에 대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포르노나 파격적인 노출이 있는 전시품만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박물관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성(性)은 아름답다’이다. 1층이 성인들을 위한 성교육관이라면, 2층은 성문화관이다. 인류 역사에서 성문화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알려주는 전시 코너가 있고, 이러한 역사가 낳은 예술 작품들도 대거 전시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은 매년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공모대전’을 개최해 성문화를 예술로 재탄생시키는가 하면, 수상작들을 2층의 S-갤러리에 전시해 성과 예술의 아름다운 결합을 관람객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이 딱딱한 성교육 패널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성관계를 맺고 있는 남녀의 동상이라든가, 자위하고 있는 여성 조각상, 음부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춘화 등 19세 이상의 성인조차 눈을 가리고 봐야 할 법한 전시품들이 다수 진열돼 있다. 하지만 관람객은 이를 단순한 재밋거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전시 코너들을 통해 ‘건전한 성생활이란 무엇이며, 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고 자답했을 때 비로소 박물관을 제대로 관람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버튼을 누르면 여성과 남성의 성감대가 LED 조명으로 각각 표현되는 코너, 청각적 자극이 상대방을 얼마나 흥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기구 등 섹스에 대한 농도 짙은 진실을 알리고 남녀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는 코너들이 박물관 곳곳에 있다.

 
Mini Interview
건강과성박물관 최강현 관장

현재 건강과성박물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강현 관장은 음지에 있는 성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긍정적인 의미의 성과 건강, 행복 등을 일깨우는 계몽 차원의 성교육과 성문화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부부행복연구원의 원장이기도 한 그는 부부행복 지침서인 《넌 웬수랑 사니? 난 애인이랑 산다》를 저술했으며, 현재 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 관장은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의 틀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부부끼리 밥을 먹다가도 부부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고 건강한 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최 관장은 성인들을 위한 성교육 기관이 제대로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제 박물관의 역할은 단순히 오브제만 보여주는 데서 벗어나 건강한 성문화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데까지 왔다”고도 말했다.

그는 “건강과성박물관은 이러한 역할 중심에 서서 건강한 성생활과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교육에 온 힘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거듭하던 중년의 신사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info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감사리 1736번지
관람시간 09:00~20:00(여름성수기09:00~22:00)
입장료 개인 12,000원, 단체(20인이상) 10,000원
문의 064-792-5700, www.sexmuseom.or.kr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김지영 | 사진 이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