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13 18:45
성악가 '우나', 아리랑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 기념 스페셜 앨범 제작
우나, 유럽에서 공연하며 '아리랑' 적극 알려

즐거워 부르면 흥이 나고, 슬퍼서 부르면 더욱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아리랑'.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요 아리랑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인류 무형유산 제7차 위원회에서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 확정되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주되며 한민족의 정서를 담아낸 이 아리랑을 프랑스 파리를 주 무대로 유럽에서 부르며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알려온 이가 있다. 바로 아리랑 디바로 알려진 '우나'이다. 아리랑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그녀가 동행한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NS열풍 속에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으로 아리랑을 적극 알리고, 그녀가 가는 여러 나라의 공연에서도 언제나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우나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편곡해 유럽에 아리랑을 전하고, 새로운 한류열풍에 맞춰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통명곡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한국적인 우리의 민요와 서양 클래식의 만남을 통해 동서양이 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의 아련하고 열정적인 그녀만의 '우나 아리랑'. 메조소프라노의 청아하며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파리에서 아리랑을 직접 제작 발표하며 프랑스인들에게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았던 우나에게, 이번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스럽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제 아리랑은 우리에게 한 많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노래만은 아닙니다. 아리랑은 어머니이고, 대한민국이고, 코리아입니다. 특히 이국땅에서 사는 저에게는 기를 살려주는 어머니 같은 노래입니다.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어머니의 사랑처럼 강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열정적이며 서양의 오페라 아리아보다 따라 부르기 쉽고 감동적인 멜로디입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내 생애에 또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몇 년 전 정선아리랑 등재심사에 국가 간 할당건수를 두는 바람에 무산이 되고,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면서 서둘러 등재신청이 이루어졌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아리랑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한민족에게 다양하게 불리며, 인류 문화 보편성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정해 준 것이다.
"저는 어릴 때 할머니가 자장가로 아리랑을 불러주셨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모든 자장가가 아리랑인 줄 알았습니다. 막내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리랑을 자장가로 불러주는 제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한참을 웃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아리랑을 불러주신 할머니의 따뜻한 모습과 포근한 음성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손녀를 안아주시며 들려주셨던 제 할머니의 아리랑이, 어쩌면 우리에게 이어져 온 아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보편적 문화가 되어 늘 옆에 있었던 거죠"
유네스코 위원회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후렴구가 들어간 모든 아리랑을 인류 무형유산으로 인정한 것은, 아리랑이 지닌 독창성과 문화적 다양성에 공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의 춤과 노래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아리랑도 전 세계인이 함께 느낄 수 있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만 들어도 바로 따라 부를 수 있는 중독성이 강한 그 독특한 멜로디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공연할 때 외국인들이 아리랑이 주는 어감이 매우 좋고 아름다운 노래라고 많이 이야기 합니다. 의미에 대해 따로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성악가 우나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데뷔했다.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악원과 뮌헨 국립음악원 성악과를 졸업했으며, 뉘른베르크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럽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실력파 음악가이다. 국내에서는 SBS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주제가 'So in love'를 불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무대에서는 음악적 깊이와 우수한 곡 해석력으로 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나의 아리랑에 대한 애착과 사랑은 그야말로 남다르다. 네덜란드에서 공연관계자가 아리랑을 분위기상 부르지 못하게 할 경우에도 공연이 끝난 후 예정에 없던 아리랑을 부르겠다고 하여 그곳에서 아리랑을 들은 외국인들이 다시 부를 때는 함께 흥얼거리며 박수를 쳤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아리랑은 알게 모르게 세계인들의 정서에도 녹아있었던 것이다.
"음악가나 가수분들이 아리랑을 비롯해 우리 소리에 대한 앨범을 선뜻 발표하기를 꺼리는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아리랑이 한국분들에게 어필하고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리랑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아서 오히려 외국에서 아리랑을 부른 횟수가 더 많습니다. 우리의 가락이 중요하고 멋지다는 것을 잘 알지만, 너무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아리랑은 시간이 지난 먼 훗날에도 우리 후손들에게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가락일 것입니다"
그녀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유네스코본부 인류 무형유산 등재 아리랑기념 스페셜 앨범을 제작중이며, 유럽뿐 아니라 국내 아리랑 콘서트 투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택민 기자 xa112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