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엔 무대의 감동을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12.13 04:00

뮤지컬·연극

연말 선물로 살아 있는 무대의 감동만큼 따뜻한 선택도 드물다. 쏟아지는 연극과 뮤지컬 중 눈이 즐겁고 마음은 뿌듯하며 지갑도 아깝지 않은 5편을 골랐다.

사랑은 이루어진다, '아이다'

뮤지컬 '아이다'
고대 이집트 나일 강변의 사랑 이야기가 브로드웨이 명가(名家) 디즈니의 손에서 웅장하고 화려하게 태어났다. 음악을 팝의 거장 엘튼 존이 맡았으니 노래의 힘 또한 불문가지.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38만명이 본 검증된 뮤지컬이다.

가수 소냐와 배우 차지연이 노예가 된 누비아 공주 아이다 역을 번갈아 맡는다. 철없던 공주에서 이집트 여왕으로 성숙하는 암네리스에는 정선아와 안시하,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이집트 장군에는 '조로'에서 남성미를 과시한 김준현과 최수형이 나온다. 주홍빛 돛을 단 노예선, 푸르게 뻗어내린 나일강, 거대한 수직 수영장 등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무대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2013년 4월 28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1544-1555

인생은 아름답다, '벽을 뚫는 남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프랑스 단편 문학의 거장 마르셀 에메의 소설이 영화 '셸부르의 우산'의 작곡가 미셸 르그랑의 음악을 만났다. 여기에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낭만적인 배경까지 더해졌다. 장미에 물을 주고 우표 수집에 열중하던 공무원 듀티율의 일상은 어느 날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뒤집힌다.

연말 뮤지컬 중 배우 보는 재미라면 단연 이 작품이다. 가수 임창정과 '신사의 품격'의 이종혁이 색깔 다른 듀티율로 나온다. 술병을 입에 달고 사는 의사 역과 나이 든 초보 변호사 역을 맡은 고창석은 무대 등장과 동시에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웃음을 선사한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관객과 함께 노래하는 커튼콜까지, 추운 겨울 따뜻한 선물 세트 같은 뮤지컬이다.

▷2013년 2월 6일까지, 이대 삼성홀, 1544-1555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완득이'

작가 김려령의 베스트셀러 원작이 무대로 옮겨지며 유머와 생기가 더해졌다. 성적은 바닥, 아는 건 싸움질, 사는 곳은 달동네, 아버지는 장애인인 완득이가 일상 가까이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창작뮤지컬의 대부' 윤호진 홍익대 교수가 연출한다. 제작진이 전국을 뒤져서 찾아낸 실제 티코가 무대에 '소품'으로 등장할 예정. 그룹 '동물원' 출신의 박기영과 '솔리드' 멤버였던 김조한이 공동 작곡을 맡았다.

▷2013년 3월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1544-1555

이런 사랑도 있다, '19 그리고 80'

연극 '19 그리고 80'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의 배우 박정자씨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작으로 고른 작품. 삶이 심드렁해진 열아홉 청년 해롤드가 말끝마다 "근사하다, 멋있다, 아름답다"는 감탄을 연발하는 여든 살 여성 모드와 사랑에 빠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존재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관객에게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2013년 2월 3일까지,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 (02)319-8020

30년대 경성을 만나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구보 박태원의 소설이 연극으로 살아났다. 무대미술가 여신동의 감각적 무대에서 1930년대 경성 거리가 만져질 듯 펼쳐진다. 2시간30분간 구보의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불우한 천재 이상과 문우(文友) 김기림도 만날 수 있다. 다역(多役)을 맡은 조연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호연도 돋보인다. 연재분 마지막회를 김연수, 김중혁 등 소설가와 구보의 차남 박재영씨 등이 낭독하는 순서도 있다.

▷30일까지,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