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24 02:07
연극 '빨간 버스' 연출가 박근형
고등학교 2학년 세진이는 내신 1·2등급을 왔다갔다하는 '개범생이'. 그런데 요즘 수상하다. 수업 중 정신을 놓거나 끊임없이 '문자질'이다. 그러다 마트에서 절도범으로 잡혔다. 훔친 것은 분유와 기저귀. "그래요, 저 애기 엄마예요!"
연출가 박근형의 첫 청소년극 '빨간 버스'는 10대 미혼모가 주인공이다. 19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박근형은 "아기는 상징일 뿐, 미혼모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아이는 '아기'를 하나씩 키우죠.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상처와 짐, 꿈과 고민을 '아기'의 비유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출가 박근형의 첫 청소년극 '빨간 버스'는 10대 미혼모가 주인공이다. 19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박근형은 "아기는 상징일 뿐, 미혼모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아이는 '아기'를 하나씩 키우죠.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상처와 짐, 꿈과 고민을 '아기'의 비유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품에는 청소년극에 으레 등장하는 교훈이나 설교가 전혀 없다. 그저 박근형의 연극이다. '쳐다보기 곤란한 이야기를 쳐다보게 하고 느끼게 한다'(연출가 고선웅)는 평가 그대로였다. 10대가 주인공인데 어른이 봐도 몰입된다. 세진이는 세상천지 혼자다. 부모는 방관하고 학교는 외면한다. 제목 '빨간 버스'는 부모 손에 이끌려 탔던 레몬색 스쿨버스가 정신 차려보니 활활 타는 불길로 뛰어드는 버스였다는 뜻. 그 시간을 지나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의하든 거부하든 일단 끝까지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연출관은 직전 작품인 '유령소나타'에서도 여전했다. 난해한 스웨덴 작가 스트린드베리 작품을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흘러가게 했다. "그 작품은 저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타당한 정서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연민, 사랑, 미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잖아요. 그걸 한국적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죠."
'빨간 버스'의 주인공 세진이를 맡은 배우 신사랑은 '유령소타나'에서 소녀로 나왔다. 배우 골라내는 눈이 밝기로 유명한 박근형의 최근 '발굴품'이다. "자기 식대로 대사를 해요. '잘하는데 누구랑 비슷한 배우'가 아니라요."
'빨간 버스'에 앞서, 그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이 '난로 페스티벌'(대학로 76소극장)을 시작했다. 홍보를 일부러 안 한다. "60석 소극장이라 자리가 별로 없어서 관객에게 죄송해서요." 지난 9일부터 그가 쓰고 연출한 '쥐'를 공연 중. 1998년 초연 작인데, 지금 봐도 현실을 반사하는 각도가 무섭게 예리하다. '그 집의 신발장은 왜 자꾸 늘어나나?' 이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소름끼치는 진실을 만나게 된다. 내년 2월까지 두 작품이 더 이어진다. 셋의 공통점은 무대 한가운데 난로. "난로가 있어야 온기가 돌고, 뜨거운 물이 나오고, 고구마를 구워먹죠. 올겨울에는 난로 주변에서 따뜻한 잔치 해보고 싶어요."
▷연극 '빨간 버스' 12월16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1688-5966
"동의하든 거부하든 일단 끝까지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연출관은 직전 작품인 '유령소나타'에서도 여전했다. 난해한 스웨덴 작가 스트린드베리 작품을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흘러가게 했다. "그 작품은 저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타당한 정서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연민, 사랑, 미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잖아요. 그걸 한국적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죠."
'빨간 버스'의 주인공 세진이를 맡은 배우 신사랑은 '유령소타나'에서 소녀로 나왔다. 배우 골라내는 눈이 밝기로 유명한 박근형의 최근 '발굴품'이다. "자기 식대로 대사를 해요. '잘하는데 누구랑 비슷한 배우'가 아니라요."
'빨간 버스'에 앞서, 그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이 '난로 페스티벌'(대학로 76소극장)을 시작했다. 홍보를 일부러 안 한다. "60석 소극장이라 자리가 별로 없어서 관객에게 죄송해서요." 지난 9일부터 그가 쓰고 연출한 '쥐'를 공연 중. 1998년 초연 작인데, 지금 봐도 현실을 반사하는 각도가 무섭게 예리하다. '그 집의 신발장은 왜 자꾸 늘어나나?' 이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소름끼치는 진실을 만나게 된다. 내년 2월까지 두 작품이 더 이어진다. 셋의 공통점은 무대 한가운데 난로. "난로가 있어야 온기가 돌고, 뜨거운 물이 나오고, 고구마를 구워먹죠. 올겨울에는 난로 주변에서 따뜻한 잔치 해보고 싶어요."
▷연극 '빨간 버스' 12월16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1688-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