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연 사절' 해외 악단… 콧대와 흥행 사이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11.18 23:22

인기 협연자 출연 거절 잇따라… 주최 측은 흥행 안될라 골머리

"그 어떤 협연도 필요 없다. 이 정도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만났다면."

내년 2월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리카르도 무티)의 내한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문구다. 내한 공연에서 이 악단은 이틀간 협연자 없이 브람스와 멘델스존,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예정. 오는 20~21일 내한하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지휘 마리스 얀손스)도 협연 없이 이틀간 베토벤 교향곡 4곡을 나눠서 들려준다. 베를린 필(지휘 사이먼 래틀)도 지난해 내한 공연에서 악단 자체의 호른 수석인 슈테판 도르의 협연 외에는 말러와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으로만 이틀 무대를 꾸몄다. 이들 오케스트라는 왜 '협연자 사절'을 내세울까.

해외 명문 악단의 내한 공연에서 협연자는 객석 점유율 유지를 위한 '안전 장치' 역할을 한다. 국내 정상급 협연자의 경우, 회당 연주료만 7000여만원에 이른다는 것이 음악계의 정설. 비용은 더 들지만 연주자의 고정 팬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연 주최 측은 일종의 '분산 투자'로 여겨 협연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해외 정상급 악단의 경우, 국내 주최 측의 협연자 추가나 변경 요구에 대해 '까칠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악단은 "급작스럽게 협연자를 선정할 경우, 앙상블의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댄다. 도도한 자존심과 콧대인 셈이지만 국내 주최 측 입장에서는 지휘자와 악단에 '집중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흥행 위험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