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갑내기, 건반 위 화합 2중주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11.12 03:02 | 수정 : 2012.11.12 11:03

피아노 듀오 '아말'

9일 첫 내한 공연을 가진 피아노 듀오‘아말’. 팔레스타인 출신의 비샤라 하로니(왼쪽)와 이스라엘의 야론 콜버그로 구성되어 있다. /고양아람누리 제공
15세 때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처음 만난 두 동갑 피아니스트가 지난해 피아노 듀오 '아말(희망이라는 뜻의 아랍어)'을 결성했다. 그 자체로 세계 음악계의 이벤트가 됐다. 둘의 국적 때문이다. 야론 콜버그는 이스라엘, 비샤라 하로니는 팔레스타인 출신. 그들의 모국은 '불구대천(不俱戴天)' 사이지만, 서른 살이 된 둘은 독일 베를린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연주한다. 둘이 합의한 사항은 '1층을 스튜디오와 주방, 2층은 각자의 방으로 쓴다' 같은 소소한 생활의 문제다. 두 사람은 "둘 다 축구를 사랑하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팀이 FC 바르셀로나 팀이라고 믿는 공통점이 있다"며 웃었다.

고양아람누리에서 9일 열린 첫 내한 연주회는 그들의 '차이'를 보여준 자리였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네 개의 손을 위한 환상곡'.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콜버그는 연주에서도 재치가 넘쳤고, 과장에 가까울 만큼 굴곡도 심했다. 듬직한 표정과 큰 체구의 하로니는 건반도 상대적으로 유려하고 낭만적인 편이었다.

두 대의 피아노에 앉아서 마주 보며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two pianos)를 위한 소나타'부터는 '음악적 대화'를 듣는 재미가 두드러졌다.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 '고전'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후반부 작품에서는 고음과 저음, 선율과 반주로 각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양보하면서 '상상 속의 관현악 파티'를 펼쳤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모음곡'을 앙코르로 연주회가 끝났을 때, 둘은 가볍게 안고 손을 굳게 잡았다. 연주 후, '앙상블 비결'을 물었다. "모든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다르듯, 우리 의견도 같을 수는 없어요. 우선 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주제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게 중요하죠. 정치·종교·역사에 대해 몇 시간 얘기를 나누다 보면 최소한 이해의 공감대는 만들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