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賞 받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2.11.09 00:36

[제24회 이중섭미술상 오숙환 이화여대 교수 수상]
대자연의 웅장함·시간성 담아 수묵으로 빛 머금은 화면 연출
"내 작업에 대한 확신 생겼다" 18일까지 수상기념전 열려

"이중섭미술상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이 상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작업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도 지금까지 걸어온 것과 같은 길을 가도 된다는 용기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제2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동양화가 오숙환(60) 이화여대 교수에 대한 시상식이 8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렸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출신인 오 교수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한지에 수묵으로 판자촌 불빛을 그린 '휴식'으로 대상을 받으며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뉴멕시코의 자연 풍광을 그린 1990년대 초반 '사막' 시리즈, 1990년대 중반 '바람' 시리즈 등 대자연의 웅장함과 시간성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 왔다. 시상식과 함께 개막한 이번 수상기념전에서도 하늘과 땅의 만남을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8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24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오숙환 이화여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유희영 전(前)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제24회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회를 대표해 "외로이 한길을 고수하다 선묘화를 개척한 화가 이중섭과, 전통 화선지와 먹의 세계를 일관된 소재와 주제로 묵묵히 끈질기게 표현해 오고 있는 작가 오숙환을 중첩해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축사를 맡은 박래경 한국 큐레이터협회 명예회장은 "오숙환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작업을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꾸준히 한 세계를 파고들어가는 작가다. 붓 한 자루를 가지고 우주(宇宙)를 표현해내겠다는 그 의지가 이중섭미술상이라는 커다란 결실을 보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깜짝 축사'의 기회를 갖게 된 차남 박현욱(28)씨는 "어머니가 수상 기념으로 100평 넘는 공간에서 전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힘들 것 같아 '상을 받지 말고 차라리 쉬시라'고 권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전시회가 꾸려지고 어머니 작품을 보게 되니 '어머니 오숙환'이 아닌 '화가 오숙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된다"고 했다. 좌중은 웃다가 감동을 맛봤다.

이날 시상식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김문순 조선일보미디어연구소 이사장·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을 비롯해 임영방·최경한·유희영씨 등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들, 심사를 맡았던 김봉태·박석원·송미숙·오용길씨가 자리를 함께했다. 역대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인 황용엽·권순철·윤석남·오원배·민정기(수상연도 순)씨도 참석했다. 성김 주한미국대사 부부,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이경숙 이화여대 부총장, 오광수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 황달성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장, 이중섭의 조카 손녀인 이지연·이지향씨 등 각계 인사 250여명도 참석했다. 오숙환 교수의 수상기념전시는 18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02)724-6322, 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