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베토벤에 '올인'하는 세 가지 이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11.07 23:04

①베토벤은 교향곡의 궁극
②음악계 파워 가늠의 척도
③인류애를 외치는 대표작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71), 유럽 명문 악단 두 곳을 거느린 마리스 얀손스(70),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리카르도 샤이(59), 유럽 최고(最古) 역사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 극장의 크리스티안 틸레만(53).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근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9곡) 녹음을 마치거나 조만간 음반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는 점. 타개한 지휘자 카라얀도 1950년대부터 10년마다 4차례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을 완성할 정도로 애착, 혹은 집착을 보였다. 왜 거장들은 기어코 베토벤으로 회귀하는 걸까.

오는 20~21일 독일 뮌헨의 명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내한하는 라트비아 출신 얀손스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러시아 음악의 전문가라고 불렀다.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하이든의 해석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작곡가는 베토벤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에게 끌린다. 그는 특별하다.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다."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9번 '합창'까지 교향곡의 궁극에 베토벤이 있다는 일흔 노장의 고백이다. 그는 내한 무대에서 일절 협연자 없이 베토벤의 교향곡 2·3·6·7번을 지휘할 예정.

베토벤에 뛰어든 지휘자들. 왼쪽부터 마리스 얀손스,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티안 틸레만.
베토벤의 교향곡은 지휘자의 해석뿐 아니라 음악계에서의 위치를 가늠하는 척도. '카라얀의 후계자'로 불리는 틸레만은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완성할 파트너로 빈 필하모닉을 택했다. 빈 필은 베를린 필의 전·현직 음악감독인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 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과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을 '차세대 대표 주자'라고 알리는, 영민하면서도 빠른 행보.

베토벤 교향곡은 유구한 독일 관현악의 '정통 적자(嫡子)'임을 주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승부수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샤이가 그런 경우.

그는 독일 최고(最古)의 근대식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취임한 뒤, 줄곧 아껴왔던 '베토벤 교향곡 카드'를 꺼냈다. 이 악단은 베토벤 생존 당시인 1825년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을 처음으로 연주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바흐와 베토벤, 브람스와 브루크너로 이어지는 전통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는 그의 말엔 자부심이 서려 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음악의 간판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은 예술의 보편성이나 인류애를 웅변할 수 있는 매개체.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난 1999년 창단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예. 바렌보임은 이 악단과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을 '모두를 위한 베토벤(Beethoven for all)'이라 명명했다. 바렌보임은 "중동과 이스라엘의 단원들이 나란히 앉아서 같은 악보를 보면서 상대방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같은 곡을 연주할 수 있다면, 왜 공존할 수는 없는가"라고 역설한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베토벤 연주회, 20~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