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04 23:47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지난 1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 후반부, 객석에서 낮은 탄성이 흘렀다.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의 오페라 아리아 '마카브르의 신비'를 부르면서 소프라노 서예리(36)가 우아한 원피스 대신 검은 미니스커트와 경찰 모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것. 한 손에는 채찍, 다른 한 손에는 수갑을 들고 거수경례까지 올려붙이는 모습은 '비밀 여자 경찰'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부른 아리아는 작곡가 진은숙의 스승인 리게티의 오페라 '거대한 종말(Le Grand Macabre)' 가운데 한 장면. 별도의 무대나 연출 없는 콘서트 형식이었지만, 작품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담아내기에는 서예리의 노래와 동작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채찍을 들고 객석을 노려볼 듯 응시하면서 기괴한 의성어들을 뱉어냈고, 단원들의 리듬에 맞춰서 춤까지 곁들이며 세기말의 혼돈을 객석에 전달했다.
그가 부른 아리아는 작곡가 진은숙의 스승인 리게티의 오페라 '거대한 종말(Le Grand Macabre)' 가운데 한 장면. 별도의 무대나 연출 없는 콘서트 형식이었지만, 작품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담아내기에는 서예리의 노래와 동작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채찍을 들고 객석을 노려볼 듯 응시하면서 기괴한 의성어들을 뱉어냈고, 단원들의 리듬에 맞춰서 춤까지 곁들이며 세기말의 혼돈을 객석에 전달했다.

'현대음악의 팔색조'로 불리는 그가 자신의 장기인 정확한 음정과 화려한 콜로라투라 창법을 선보이다가 "'침묵이 금'이라는 걸 기억해두는 편이 좋을 거야"라고 속삭일 때는 살갗에서 가벼운 전율이 일었다. 허공으로 권총을 치켜든 채 서예리가 열창을 마치자 객석에선 현대음악에 대한 의례적 박수가 아니라 열광적인 환호가 터졌다.
이날 공연은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현대음악을 주제로 매년 봄·가을로 나눠 두 차례씩 열고 있는 '아르스 노바'의 실내악 무대.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서예리라고 해도 좋았다.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운데 5곡을 묶은 '스내그스 앤 스날스(snagS & Snarls)'를 부른 전반부에서 그는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페테르 외트뵈시를 찡그리는 낯으로 바라보거나 극단적으로 노랫소리를 일그러뜨리며 다채로운 '노래 연기'를 선보였다. 성악가의 이지적 면모가 반드시 감수성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실증(實證)한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현대음악을 주제로 매년 봄·가을로 나눠 두 차례씩 열고 있는 '아르스 노바'의 실내악 무대.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서예리라고 해도 좋았다.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운데 5곡을 묶은 '스내그스 앤 스날스(snagS & Snarls)'를 부른 전반부에서 그는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페테르 외트뵈시를 찡그리는 낯으로 바라보거나 극단적으로 노랫소리를 일그러뜨리며 다채로운 '노래 연기'를 선보였다. 성악가의 이지적 면모가 반드시 감수성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실증(實證)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