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청소년극 또 합니다… 이게 제 팔자인가 봐요"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10.23 23:27

연극 '더 복서' 연출 김민기

"무대에 올리기만 하면 당연히 적자입니다. 봐야 할 관객인 청소년은 학원 가야 하니까 못 보러 오죠. 그래도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니까 저라도 해야죠."

안 되는 줄 알면서 밀어붙이고, 누가 뭐라 하든 꿋꿋한 바위 같은 이들이 있다. '아침이슬' 작곡가이자 극단 학전의 대표인 김민기(61·사진)는 공연계의 바위 중에서도 가장 크고 든든한 존재다. 그가 2년 만에 새로 연출하는 연극 '더 복서(The Boxer)'가 지난 16일 모습을 드러냈다. 23일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청소년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더 복서'는 1998년 독일 청소년 연극상 수상작을 우리 현실에 맞게 번안했다. 권투선수 출신 70대 노인이 파킨슨병을 가장해 요양원에 들어가고, 그 요양원에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10대 남학생이 찾아온다. 노인과 청소년의 교감이라는 예상된 길을 따라가면서도, 한 송이 장미가 나오고, 붉은 권투 가운의 추억을 두 사람이 나눠갖으며 설교나 교훈을 넘어선 설렘과 교감을 진하게 전한다. 독일 원작이지만 한국 근현대사가 배경에 깔려있다. 노인은 해방 전 태어나서 해방 때 세 살을 맞아 6·25를 겪으며 미군 부대 하우스 보이로 일했다.

김민기는 1991년 3월 학전을 창단한 이후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 꾸준히 청소년극을 해왔다. 적자(赤字)의 고통, 외길의 고통에도 다시 청소년극을 올리는 김민기는 "이게 제 팔자"라며 "고통도 제 몫이니 앞으로도 견디며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 복서' 12월 20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