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08 23:24
경기도립무용단 미국 공연
전통 무용·무술 함께 녹인 '태권무무 달하' 역동성에 외국인 관객들 감탄 연발
6일 밤(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 공연예술센터. 넌버벌(비언어·non-verbal) 퍼포먼스 '태권무무 달하'를 보러 온 관객 1200여명 중 90%는 백인, 히스패닉 등 현지인들이었다. 오히려 교포 숫자가 예상보다 적었다. 현지 마케팅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방증.
태권무무 달하는 세상이 창조되면서 두 남녀가 탄생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고, 약육강식과 선악의 대결을 다루는 거대한 스토리. 이걸 몸짓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통무용에 태권도와 태껸, 선무도 같은 몸짓을 더했다. 여기에 화려한 의상, 첼로와 전자악기, 사물(四物)을 뒤섞었다.

공연의 백미는 태권도 격파를 퍼포먼스화한 순서와 태권무. 태권도 공인 5단인 김용재 대표가 이끄는 마샬아츠퍼포먼스팀 7명이 돌려차기와 공중 뛰어차기 등의 고난도 묘기를 펼치자 객석에선 감탄과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경기도립무용단 단원들은 태껸과 선무도, 태권도를 익혀 전통 무용 속에 녹여냈다. 전통 무용 쪽에서 보면 파격에 가까울 만큼, 전통 무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점프 같은 비언어극이 뮤지컬 쪽에서 세계 시장을 두드린 사례라면, 경기도립무용단의 '태권무무 달하'는 전통문화 쪽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윌프레도 에스피리투(46) 라스베이거스 국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통 무예를 활용해 이렇게 섹시하면서도 멋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낸 게 놀랍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 교민은 "한국 가수가 라스베이거스의 유명호텔 시저스 팰리스에서 비싼 티켓을 받고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전통 무용에 뿌리를 둔 공연으로 국위를 떨쳐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무용단은 7일 밤(현지시각) LA 코리아타운의 서울국제공원 야외무대에서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LA 한인축제 피날레를 장식했다.
국립무용단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조흥동 단장은 2005년 러시아 연출가가 시작한 '태권무무 달하'를 2008년 현재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2009년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2010년 상하이 세계엑스포, 작년과 올해 북미 순회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 예술의 세계화 가능성에 잇달아 도전하고 있다. 조흥동 단장은 "전통 무용을 요즘 분위기에 맞게 재창조한 제2, 제3의 '태권무무 달하'를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