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 가져와 사인 해달라는 팬… 그 고마움에 무대 서죠"

  • 최승현 기자

입력 : 2012.10.01 23:42

세시봉콘서트 재개하는 김세환
"이번 공연은 한대수와 함께… 와인과 막걸리같은 조합될 것
나도 70년대엔 통기타 아이돌… 대중에 추억 줄 수 있어 행복"

2년째 계속되는 '세시봉 바람'의 주역 중 한 명인 김세환(64)은 무대에서 늘 유쾌하다. 송창식, 이상벽, 윤형주 등 선배들의 장난스럽지만 매몰찬 구박이 쏟아져도 인상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다. 그리고는 사람 좋은 웃음과 편안한 노래로 관객의 합창과 환호를 이끌어낸다. "원래 심각해지는 걸 싫어해요. 내 역할은 관객들에게 행복을 주는 거잖아요. 제가 겪어온 즐거운 삶의 체험을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11월 1~2일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재개되는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를 앞두고 그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도 손때 묻은 제 오래된 LP판을 가져와 사인해달라고 하는 50~60대 여성 팬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그런 그리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했다. 공연은 대구(11월 10일, 엑스코 오디토리움), 서울(12월 20~21일, 그랜드 힐튼 서울호텔 컨벤션홀)로 이어진다.

세시봉 콘서트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윤형주를 대신해 한대수와 정훈희가 합류했다. 김세환은 "형주형과 티격태격 재담을 주고받다가 함께 기타를 치며 화음을 만드는 재미가 상당했는데 아쉽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동갑내기 대수와 새로운 앙상블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세환의 결 고운 미성(美聲)과 한대수의 걸쭉한 탁성(濁聲)은 극과 극. 그는 "우리가 합창하면 와인과 막걸리를 함께 마시는 느낌이 날 것"이라며 웃었다. "옛날에 대수의 '물 좀 주소'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죠. 거칠고 야수적인 통기타 음악이었어요. 밥 딜런의 포크록이 연상됐죠."

김세환은 최근 아이돌 가수들이 등장해 전설적인 선배들 노래를 부르며 경쟁하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 아들, 딸보다도 나이 어린 후배들이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의 '아이돌 시절'을 떠올렸다고 했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포즈를 취한 김세환. 다음 달 초부터‘세시봉 친구들’콘서트에 나서는 그는“수십년 동안 함께 음악을 했던 사람들과 모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1974, 75년 연속으로 TBC에서 가수왕을 했었죠. CF도 쏟아지고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같은 영화에도 출연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각종 쇼 프로도 마다하지 않고 얼굴을 비췄어요. 당시에는 통기타 가수가 중·고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압도적 성원을 받았으니 지금 아이돌 스타 이상이었죠. 여고 강당에서 공개방송을 하면 실내에 못 들어와 밖에서라도 보려는 학생들 때문에 유리창이 몇 장씩 깨져나갈 정도였죠."

그는 "우리는 통기타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편하게 노래 부르며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춤과 노래 연습에 엄청나게 매달리는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참 운이 좋았던 세대"라고 했다.

'길가에 앉아서' '사랑하는 마음' '좋은 걸 어떡해' '화가 났을까' 등 그의 히트곡은 모두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 선배들 작품이다. 당시 세시봉 무대에 섰던 싱어송라이터들의 재능과 우정이 집약돼 있다. 그는 "좋은 형님들 배려 덕분에 평탄하게 가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작곡도 몇 번 해봤는데 형들 작품에 비해 많이 부족해 앨범에 싣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대중들에게 흐뭇한 추억을 안겨주는 가수로서 제 몫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김세환 인생의 동력(動力) 중 절반이 '우아'한 음악이라면 또 다른 절반은 '과격'한 스포츠다. 스키, 승마, 산악자전거(MTB)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취미로 즐겼던 사람 중 하나. 70년대 후반에는 "이장희, 이덕화, 이수만 등과 함께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강남 일대의 황무지를 돌며 흙바닥에서 모터사이클을 탔다"고 한다. 최근에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암벽 등반도 시작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을 잊게 만드는 익스트림 스포츠만의 쾌감이 대단하다"며 "이런 스포츠는 아는 만큼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음악 못지않게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