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24 23:37
설치미술가 유화수 개인전
종일 오토바이 위에서 살다시피 하는 택배 기사들은, 저마다의 편리에 따라 오토바이를 '개조'한다. 바람막이 창에 반짝거리는 CD들을 붙여 따가운 햇볕을 반사하도록 하거나, 손잡이 옆에 조그마한 밀폐 용기를 달아 휴대전화 보관함으로 쓰거나, 뒤편에 휴지통을 달아 빗자루 같은 기다란 물품을 담을 수 있도록 한다거나….
설치미술가 유화수(33)는 지난 1년간 서울 을지로 작업실 주변을 들고 나는 오토바이 100여대를 관찰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삼발이 오토바이에 수십 명의 택배 기사들이 개발한 '디자인적 속성'을 총집합시킨 '작품'을 만들었다. CD와 밀폐용기, 양동이와 휴지통, 천막을 주렁주렁 단 작품 제목은 'a.s.a.p'<사진>. '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의 약자로 '신속'을 생명으로 하는 배달 일꾼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철저히 '쓸모'에 기반한 이 디자인에서 '노동의 숭고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눈에는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생계'를 위해 생겨난 자연스러운 디자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닌가."
설치미술가 유화수(33)는 지난 1년간 서울 을지로 작업실 주변을 들고 나는 오토바이 100여대를 관찰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삼발이 오토바이에 수십 명의 택배 기사들이 개발한 '디자인적 속성'을 총집합시킨 '작품'을 만들었다. CD와 밀폐용기, 양동이와 휴지통, 천막을 주렁주렁 단 작품 제목은 'a.s.a.p'<사진>. '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의 약자로 '신속'을 생명으로 하는 배달 일꾼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철저히 '쓸모'에 기반한 이 디자인에서 '노동의 숭고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눈에는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생계'를 위해 생겨난 자연스러운 디자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닌가."
유화수 개인전 'It's difficult for me to use'가 서울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29일까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의 인사미술공간이 2012 신진작가 전시지원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전시다. 모두 9점의 작품이 나오는 이 개인전의 두 축은 '쓸모'와 '잉여(剩餘)'. 얼핏 보아 '아이디어'만 앞서는 개념미술 작품 같지만, 사실 전시작은 모두 작가가 손으로 뚝딱거리며 만든 것. 젊은 작가 작품으론 드물게 '개념'과 '손맛'을 모두 갖췄다.
'3년째 TEPS 준비 중인 S씨를 위한 독서실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잉여'라고 칭하는 이들의 '필요'에 초점을 맞췄다. 공부하다 지루하면 바깥을 관찰할 수 있게 잠망경을 달거나, 졸릴 때 편하게 엎드려 잘 수 있도록 쿠션을 깔아 만든 이 독서대들은 성과 중심의 이 매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작은 '위로'다.
동국대 조소과 출신인 유화수에게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 예전 개인전에서 공사장비로 화려한 인테리어 용품을 만들어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했던 작가는 "앞으로는 고시생이나 안 팔리는 작가처럼 실용성만 강조하는 사회의 '기준점'에 부합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02)760-4722
'3년째 TEPS 준비 중인 S씨를 위한 독서실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잉여'라고 칭하는 이들의 '필요'에 초점을 맞췄다. 공부하다 지루하면 바깥을 관찰할 수 있게 잠망경을 달거나, 졸릴 때 편하게 엎드려 잘 수 있도록 쿠션을 깔아 만든 이 독서대들은 성과 중심의 이 매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작은 '위로'다.
동국대 조소과 출신인 유화수에게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 예전 개인전에서 공사장비로 화려한 인테리어 용품을 만들어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했던 작가는 "앞으로는 고시생이나 안 팔리는 작가처럼 실용성만 강조하는 사회의 '기준점'에 부합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02)760-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