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임방울국악제 대상에 노해현씨 망우산서 매일밤 獨功 '준비된 명창'

  •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9.18 03:03 | 수정 : 2012.09.18 11:26

춘향가 이별대목서 애절함, 뒷심·성량, 안정감이 인상적

17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20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마지막 참가자로 나선 노해현(30)씨는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오리정 이별 대목'을 부르다가 무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노씨가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시오, 그려 나를 어쩌고 가실라요? 나를 아주 죽여 이 자리에 묻고 가면 영이별이 되지마는, 살려두고는 못 가리다"라고 이별의 단장(斷腸)을 구구절절 노래하자, 객석에서도 "아이고" "잘한다"라는 추임새가 절로 나왔다. 이날 사회를 맡은 국립창극단의 남상일 명창은 "저리도 애절하게 노래하는 걸 보니 이별 경험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리를 마친 노씨는 이 말에 "이별은 많이 해보지 못했다. 후반부에 이르러 '춘향이가 저렇게 이 도령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오열이 터졌다"고 답했다.

노씨는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의 참가 연령(만 30세)이 될 때까지 꼬박 기다렸다가, 처음 참가한 올해 대회에서 곧바로 대상을 차지한 '준비된 명창'이다. 그는 "고향 광주 땅에서 고향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무대라서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태어난 노씨는 판소리 애호가인 할머니의 권유로 7세 때 국악에 입문했다. 그의 소리 이력이 조금 남다른 건, 판소리와 고법(鼓法)을 동시에 배웠다는 점이다. 노씨는 "소리만 하면 장단을 고려하지 않고 시김새(꾸밈음)를 넣다가 자칫 늘어지기도 쉽다. 어떤 고수를 만나도 장단에 맞춰서 노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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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0회 임방울국악제에서 대상 수상자 노해현(왼쪽)씨가 앵콜 공연을 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무대에 앉아서도 든든한 뒷심으로 풍성한 성량을 끝까지 유지하는 점이야말로 그의 소리가 지닌 매력. 이날 심사를 맡은 유영대 고려대 교수는 "판소리의 낮은 소리인 중하성(重下聲)이 뛰어나고, 목소리의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국립국악고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를 마친 노씨는 졸업 후에는 집 근처의 망우산에 매일 저녁 올라가 독공(獨功·발성 수련)을 거르지 않았다. 그는 "묘지가 많아서 밤이면 인적이 드물지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라갔다"고 했다.

노씨는 2009년 국립국악원 준단원으로 입단하고 소리극과 어린이극 등 크고 작은 역에 출연하며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았다. 그는 "흔히 20대에는 '나만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단체에 들어가고 나니 스승과 명인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의 세계는 끝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소리가 조금 더 무르익으면 '국악 찬양' 등 다양한 주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명단

◆판소리 명창부▷대상(대통령상) 노해현▷최우수상(방일영상) 김현주▷우수상 정수인▷준우수상 서정민

◆판소리 일반부▷최우수상 이정원▷우수상 박은정▷준우수상 송나영▷장려상 고정숙

◆가야금병창▷최우수상 이유리▷우수상 이용우▷준우수상 강세희▷장려상 신아름

◆농악▷대상 파주농악보존회▷최우수상 영남풍물연구소▷우수상 이혜선우도농악보존회▷준우수상 고창방장농악단

◆시조▷최우수상 김화자▷우수상 이현택▷준우수상 김명남▷장려상 장영이

◆무용▷최우수상 정숙희▷우수상 황화정▷준우수상 이선경▷장려상 안명주

◆기악▷최우수상 김태례▷우수상 문성혜▷준우수상 김성근▷장려상 곽기웅 문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