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배우 쓰고 장기 공연하면 티켓 값 5만원 받아도 남을 거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9.13 23:17

'뮤지컬 티켓 혁명' 윤호진씨
공연 짧고 유명 배우 쓰니 티켓 값 나날이 오르기만
가격파괴 첫 작품은 '영웅' 유명극장 반발 벌써 시작… 티켓 산 관객엔 차액 환불

뮤지컬 '티켓 혁명'에 나선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이번 일에 내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모든 좌석을 5만원과 3만원, 두 가지로만 책정하고, 좌석 이름에 붙은 거품도 빼겠다고 했다. 최근 뮤지컬은 '고급' '고가'를 강조하기 위해 VIP석보다 비싼 좌석에 VVIP석, 다이아몬드석이 남발됐다. 윤 대표는 가격 파괴의 첫 작품이 될 '영웅'의 5만원석은 '영웅석', 3만원석은 '독립군석'으로 '계급' 없는 좌석 이름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연장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의 1층과 2층 전석이 5만원, 3층은 3만원이다.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초대권도 없앤다. 신용카드와 연계된 각종 할인이나 소셜커머스 판매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직 정가(定價)로만 팔고, 작품성으로 관객의 선택을 받겠다는 결심이다.

◇유명 배우 쓰지 않고 작품성으로 승부

예상했던 업계 '저항'은 이미 시작됐다. 윤 대표는 13일 "블루스퀘어 측에서 난리가 났다"며 "가격이 너무 낮아지면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메이저급 제작사 서너곳만 뜻을 함께해도 충분히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외국에 로열티를 주고 사오는 공연)의 경우, VIP석 13만원은 거의 고정된 값이다. 창작 뮤지컬은 검증되지 않거나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강한 편이라 그보다 1만~2만원 낮은 선에서 팔렸다. 명성황후는 5만원(1995년)→10만원(2002년)→12만원(2006년)으로 점점 올랐다. 지난해 '영웅'(국립극장)은 12만원이었다. 그러다 올해 초 '광화문연가'(충무아트홀·LG아트센터)가 13만원을 책정하며 창작도 라이선스급으로 뛰었다. 표값 고공행진에는 비싸야 더 몰리는 소비 심리도 한몫했다. 기업 단체 판매에서도 비싼 표를 깎아 파는 것이 관행이었다.

높아져만 가는 배우 출연료도 결단을 굳히게 했다. 최근 연예인이 뮤지컬로 대거 유입되면서 기획사가 '협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윤 대표는 "덜 유명한 배우도 회당 수백만원을 부른다"며 "비싼 표값으로 기획사까지 먹여 살리느니, 유명하지 않더라도 실력 있는 배우를 과감히 기용해 작품을 보고 관객이 찾게 하겠다"고 했다.

◇업계 저항, 넘을 수 있을까

표값 상승 요인 중 하나는 장기 공연할 전용 극장이 없다는 점. 단기에 이익을 내려면 티켓 값은 올라야 했다. 티켓가 15만원으로 관객 반발을 샀던 '대장금'은 당시 제작비 60억원을 단 3주에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뮤지컬 전공(대학원 과정) 교수인 윤 대표는 "연말 개관하는 홍대 대학로 캠퍼스 내 뮤지컬 전용극장을 '혁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했다. 2개월 평균 점유율이 80% 이상이면 두 달 공연해도 충분히 수익을 낸다는 계산. 홍대 극장의 개관작은 윤 대표의 '완득이'로, 1년 이상의 장기 공연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기대다.

5만원과 3만원으로 책정된 '영웅' 티켓은 14일 오픈한다. 지난 8월 1차 티켓 판매(VIP석 12만원) 때 구매한 관객 전원에게는 차액을 보상할 방침이다. '영웅'은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창작뮤지컬 지원사업' 재공연 부문에 선정돼 지원금 5억원을 받게 됐다. 윤 대표는 "지원금을 '혁명 자금'으로 생각하고, 관객에게 환원하는 차원에서 인하된 가격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