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베토벤… 화려한 랑랑 vs 우아한 윤디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9.12 23:33

데뷔부터 라이벌, 동갑내기 중국 피아니스트 다시 맞대결
랑랑 - 윤디보다 먼저 협주곡 녹음… 11월 수원시향과 협연 예정
윤디 - 이달 첫 베토벤 음반 출시… 다음 달 내한 독주회서 연주

1982년생 동갑내기 피아니스트인 랑랑(郞朗)과 윤디(李雲迪)는 세계 음악계의 '중국 파워'를 상징하는 아이콘. 하지만 이들은 인터뷰 자리에서 서로 비교하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보인다. 갓 서른을 맞은 이들이 올해 다시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엔 베토벤이다.

◇둘의 베토벤 접전

지난 5월 윤디는 음반사 EMI에서 유니버설뮤직으로 복귀하면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피아노협주곡 전곡(5곡)을 녹음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담은 첫 베토벤 음반을 출시하며, 다음 달 내한 독주회에서도 이들 소나타를 들려준다.

베토벤 경쟁에서는 랑랑이 한발 앞선 상태다. 2007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4번을 녹음했고,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회도 수차례 마쳤다. "빈 필하모닉과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녹음하겠다"는 것이 랑랑의 포부. 오는 11월 내한 연주회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수원시향(지휘 김대진)과 협연한다.

아역 배우들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때로 진한 멜로를 선택한다면, 이들은 중견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한 카드로 베토벤을 펼쳐들었다는 것이 음악계의 시각이다. 랑랑은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음색을 갖췄지만, 흔히 깊이가 부족하고 피상적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윤디는 쇼팽을 비롯한 낭만주의 작품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레퍼토리의 폭이 좁다는 비판을 받는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씨는 "거장의 반열에 오르거나 독일 전통을 잘 알아야만 베토벤을 녹음할 수 있다는 전제는 이미 무너졌다. 중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앞다퉈 베토벤에 뛰어드는 것은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바로크 음악의 부흥으로 최대한 담백하고 기름기 적게 베토벤에 접근하는 경향과 달리, 이들은 "베토벤을 낭만주의적으로 묘사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윤디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곡은 모두 아름다운 선율과 탄탄한 구조를 지닌 낭만적 작품"이라고 했다. 랑랑 역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고전적이지만, 2악장은 낭만적이며 쇼팽을 예견한다"고 말했다.

소니 클래시컬·유니버설뮤직 제공
◇일찍 비상한 윤디, 화려하게 피어난 랑랑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연상시키는 부모의 교육열부터 세계무대 데뷔까지 두 사람은 닮은꼴이라고 할 만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철강 회사 직원이었던 윤디의 아버지는 자식의 음악 교육을 위해 서부 충칭(重慶)에서 동부의 선전(深�q)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중국 전통악기 연주자였던 랑랑의 아버지 역시 베이징 중앙음악학원에 입학한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선양(瀋陽)에서 베이징으로 따라나섰다.

먼저 높이 비상한 쪽은 윤디였다. 지난 2000년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것. 당시 그는 최연소 우승 기록과 중국인 최초 우승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두 연주자는 카네기홀 데뷔 연주와 명문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 계약 등을 거치면서 라이벌 관계를 이어갔다. 이 속도 경쟁에서 앞서나간 쪽은 랑랑. 화려한 기교와 서정적 악장에서 눈부신 음색, 톡톡 튀면서도 발랄한 이미지로 '신세대 스타'로 등극했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와 다니엘 바렌보임 등 명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들도 랑랑의 '멘토'를 자청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랑랑은 2010년 소니 클래시컬로 음반사를 옮길 당시 계약금만 30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외신은 전했다. EMI로 옮겼던 윤디는 공교롭게도 랑랑이 이적하고서, 올해 DG로 복귀했다.

▲윤디 피아노 독주회 10월 31일 예술의전당

▲랑랑 피아노 협주곡 콘서트 11월 28일 예술의전당 (02)541-6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