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그림 실린 서화첩, 고미술 최고가 34억 낙찰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2.09.12 00:47

"보물 제585호로 지정된 이 작품, 현재 34억원 최고가입니다. 34억원. 123번 전화 손님께 34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큰 박수와 함께 경매장이 들썩였다. 국내 고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11일 저녁 열린 K옥션 가을 경매에서 보물 제585호'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이 34억원에 낙찰됐다. 이 서화첩엔 1000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1746)'가 수록돼 있다.

1000원짜리 지폐 뒷면에 실린 겸재 정선의 그림‘계상정거도’(사진 왼쪽)가 수록된 보물 제585호‘퇴우이선생진적첩’(오른쪽). 이 책자가 11일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34억원에낙찰됐다.‘ 퇴우이선생(退尤二先生)’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을가리킨다. /K옥션 제공

'퇴우이선생진적첩'은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과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 겸재의 인연으로 얽힌 서화첩. 퇴계가 1558년 '주자대전(朱子大全)'의 요체를 뽑아 엮어낸 책의 서문인 '회암서절요서(晦菴書節要序)'에 퇴계 외손자의 사위이자 겸재의 외조부인 박자진이 17세기 말 두 번에 걸쳐 우암의 발문(跋文)을 받았다. 이후 18세기 겸재의 둘째 아들인 정만수가 아버지로부터 네 폭의 그림을 받아 서화첩으로 완성했다. 이 중 겸재가 도산서당을 그린 '계상정거도'는 2007년부터 1000원권 뒷면에 실리고 있다. '퇴우이선생진적첩'은 추사 김정희 연구가인 이영재(82)씨가 소장해오다 이번 경매에 내놨다. 이전 국내 고미술 경매 최고가는 지난해 3월 18억원에 낙찰된 18세기 후반 '백자청화운룡문호(白磁靑畵雲龍文壺)'가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