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06 02:19
성악가 박인수 교수의 공개 마스터클래스
4시간씩 매주 두 차례 열어… 선·후배 상관없이 노래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평가·토론
오픈 수업 30년째 고수 유럽 누비는 제자들도 찾아
"의근이가 먼저 노래해 봐, 악보는 펴지 말고. 다 외우잖아."
지난달 10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 4층 연구실.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의 주인공인 테너 박인수(74) 석좌교수가 테너 정의근 교수(상명대·42)를 지목하자, 정 교수는 스페인의 아리아 '그럴 순 없어'를 부르기 시작했다. 방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풍성한 성량인데도, 스승 박 교수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결국 박 교수는 잔소리를 한다. "고음에서 입을 더 벌려 봐." 마흔을 훌쩍 넘긴 제자 정 교수도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목청을 가다듬은 뒤, 발성 교정을 위해 거울을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다시 노래를 불렀다.
이 수업은 박 교수가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 제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씩 여는 공개 마스터클래스. 테너 김재형·정호윤·류정필·신동원 등 유럽 오페라극장을 누비는 성악가도, 박현재 서울대 교수와 정의근 교수 등 강단에 서는 현직 교수도 이날만큼은 '제자'로 되돌아와서 노래하고 꾸중도 듣는다. 정 교수는 "많을 때는 10~20명이 참석해서 한 곡도 못 부르고 선후배들의 노래만 듣다가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대일 개인지도가 많은 다른 음악 수업과 달리, 박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임용 당시부터 모든 제자가 노래하고 서로 평가하는 공개 마스터클래스를 30년째 고수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퇴임하고 지난 2004년 백석대로 옮긴 뒤에도 매주 두 번씩은 방문을 활짝 열어둔다. 별도로 정해둔 순서나 지정 곡목도 없다. 제자들은 미리 아리아나 가곡을 연습해오지만, 박 교수가 "한 곡 더"라고 외치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한 곡을 더 뽑아야 한다.
지난달 10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 4층 연구실.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의 주인공인 테너 박인수(74) 석좌교수가 테너 정의근 교수(상명대·42)를 지목하자, 정 교수는 스페인의 아리아 '그럴 순 없어'를 부르기 시작했다. 방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풍성한 성량인데도, 스승 박 교수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결국 박 교수는 잔소리를 한다. "고음에서 입을 더 벌려 봐." 마흔을 훌쩍 넘긴 제자 정 교수도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목청을 가다듬은 뒤, 발성 교정을 위해 거울을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다시 노래를 불렀다.
이 수업은 박 교수가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 제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씩 여는 공개 마스터클래스. 테너 김재형·정호윤·류정필·신동원 등 유럽 오페라극장을 누비는 성악가도, 박현재 서울대 교수와 정의근 교수 등 강단에 서는 현직 교수도 이날만큼은 '제자'로 되돌아와서 노래하고 꾸중도 듣는다. 정 교수는 "많을 때는 10~20명이 참석해서 한 곡도 못 부르고 선후배들의 노래만 듣다가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대일 개인지도가 많은 다른 음악 수업과 달리, 박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임용 당시부터 모든 제자가 노래하고 서로 평가하는 공개 마스터클래스를 30년째 고수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퇴임하고 지난 2004년 백석대로 옮긴 뒤에도 매주 두 번씩은 방문을 활짝 열어둔다. 별도로 정해둔 순서나 지정 곡목도 없다. 제자들은 미리 아리아나 가곡을 연습해오지만, 박 교수가 "한 곡 더"라고 외치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한 곡을 더 뽑아야 한다.

'2번 타자'로 자리에 선 테너 신동원씨는 흡사 공연장처럼 노래하기 전에 조용히 두 손을 맞잡았다. 그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가운데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온몸으로 열창하자 선후배들은 허밍으로 중간 코러스를 넣어준다. 오페라 무대 같다. 테너 이상규 교수(나사렛대)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후배인 신씨가 불렀던 아리아를 다시 불렀다.
박 교수의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선후배가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노래로만 경연을 펼친다. 푸치니의 아리아를 부른 테너 류정필씨는 "대학 입학 때부터 선후배들 앞에서 노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된다. 이런 습관이 익으면 무대 중압감도 떨쳐낼 수 있다"고 말했다.
4시간에 가까운 마스터클래스가 끝날 무렵, 박 교수는 "설령 스승이 의견을 말했다고 해도, 제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질문을 던지고 서로 싸울 때 크게 성장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오페라의 왕자'인 테너들이 마치 바그너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노래로 경연을 펼치고, 또 그 자리에서 평가하고 토론하는 광경. 그 자체로 한 편의 공연이었다.
▲박인수 데뷔 50주년 기념 음악회
1962년 서울대 강당에서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 전곡을 부르며 성악가로 데뷔한 박인수 교수. 89년에는 가수 이동원씨와 '향수'를 불러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올해가 바로 데뷔 50주년, 그와 제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박 교수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향수'를 비롯해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와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제자들과 함께 부른다.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581-5404
박 교수의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선후배가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노래로만 경연을 펼친다. 푸치니의 아리아를 부른 테너 류정필씨는 "대학 입학 때부터 선후배들 앞에서 노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된다. 이런 습관이 익으면 무대 중압감도 떨쳐낼 수 있다"고 말했다.
4시간에 가까운 마스터클래스가 끝날 무렵, 박 교수는 "설령 스승이 의견을 말했다고 해도, 제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질문을 던지고 서로 싸울 때 크게 성장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오페라의 왕자'인 테너들이 마치 바그너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노래로 경연을 펼치고, 또 그 자리에서 평가하고 토론하는 광경. 그 자체로 한 편의 공연이었다.
▲박인수 데뷔 50주년 기념 음악회
1962년 서울대 강당에서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 전곡을 부르며 성악가로 데뷔한 박인수 교수. 89년에는 가수 이동원씨와 '향수'를 불러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올해가 바로 데뷔 50주년, 그와 제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박 교수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향수'를 비롯해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와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제자들과 함께 부른다.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581-5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