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06 03:05 | 수정 : 2012.09.06 11:38
연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故 박완서 자전적 소설 무대로… 참척당한 어미의 슬픔 절절히
시인 허난설헌은 아들과 딸을 잃고 '피눈물에 목이 멘다(血泣悲呑聲)'며 통곡했고('哭子'),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정지용은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유리창')라며 울었다.
참척(慘慽)의 고통은 김현승의 시 '눈물'('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로 이어져, 고(故) 박완서의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맺혔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석 달 간격으로 잃은 박완서의 자전적 경험에 허구를 더한 소설은 배우 손숙을 만나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이 돋을새김된 피맺힌 판화가 되었다. 관객은 1시간 동안 손숙을 따라 가슴을 부여잡는다.
무대는 맏동서의 전화를 받고 대화하듯 쓰인 소설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10년 전 민주화 시위로 자식을 앞세운 어미에게 그 후의 시간은 형벌이었다. 쭉정이만 남은 육신은 아픔을 덜어보려고 '은하계 주문'을 왼다. 십억 광년 너머의 별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면서 고통을 지워 가려던 그는 가슴을 치며 묻는다. "기억이 지워졌는데 어떻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손숙은 대사 하나하나, 아픔의 마디마디에 후벼 파는 통증을 만져질 듯 전한다. 10년째 응어리진 아픔은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수로 누워 있는 남의 아들을 부러워할 지경에 이른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날카로운 삼지창 같은 게 가슴 한가운데를 깊이 훑어 내리는 것 같았어요."
독한 세상을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어미는 눈물을 지팡이 삼아 다시 일어선다. "울고 싶으면, 울면서 살 거예요. 떠내려갈 거 있으면 다 떠내려가라죠." 손숙이라는 배우가 무대에 바칠 수 있는 '가장 나종 지니인' 귀하고 값진 연기가 여기에 있다.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02)2230-6601
참척(慘慽)의 고통은 김현승의 시 '눈물'('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로 이어져, 고(故) 박완서의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맺혔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석 달 간격으로 잃은 박완서의 자전적 경험에 허구를 더한 소설은 배우 손숙을 만나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이 돋을새김된 피맺힌 판화가 되었다. 관객은 1시간 동안 손숙을 따라 가슴을 부여잡는다.
무대는 맏동서의 전화를 받고 대화하듯 쓰인 소설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10년 전 민주화 시위로 자식을 앞세운 어미에게 그 후의 시간은 형벌이었다. 쭉정이만 남은 육신은 아픔을 덜어보려고 '은하계 주문'을 왼다. 십억 광년 너머의 별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면서 고통을 지워 가려던 그는 가슴을 치며 묻는다. "기억이 지워졌는데 어떻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손숙은 대사 하나하나, 아픔의 마디마디에 후벼 파는 통증을 만져질 듯 전한다. 10년째 응어리진 아픔은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수로 누워 있는 남의 아들을 부러워할 지경에 이른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날카로운 삼지창 같은 게 가슴 한가운데를 깊이 훑어 내리는 것 같았어요."
독한 세상을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어미는 눈물을 지팡이 삼아 다시 일어선다. "울고 싶으면, 울면서 살 거예요. 떠내려갈 거 있으면 다 떠내려가라죠." 손숙이라는 배우가 무대에 바칠 수 있는 '가장 나종 지니인' 귀하고 값진 연기가 여기에 있다.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02)2230-6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