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29 23:24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다림은 죽음만큼이나 공평하다. 우리는 평생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타나거나 이뤄지길 기다린다. 끝나지도 않고, 끝날 수도 없는 기다림을 길고 느리고 질기게 보여주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원작 사무엘 베케트)가 장애인 극단 '애인'의 작품으로 다시 올랐다. 뇌병변 2급 이상인 중증 장애인 배우가 출연하는 이 공연은 '한 수' 접고 봐주려던 관객의 허를 찌른다. 오히려 '이렇게 절절하면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까지 갖게 한다.
'애인'의 '고도'는 지난해 제7회 장애인나눔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몸이 불편한 배우들이 연기하니 원작의 주제나 깊이를 포기하거나 타협할 것 같지만, 이 역시 선입견이다. 기존 '고도' 공연보다 대사는 줄었으나, 호소력은 진해졌다. 포조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있다. 블라디미르는 발음이 샌다. 이들은 보통 신체를 가진 배우를 흉내 내려 하지 않는다. 불편한 몸이 가진 호흡과 리듬으로 연기한다. 억지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생기는 멈칫거림과 굼뜬 동작은 자연스러운 느림과 답답함을 '선사'한다. 존재와 동시에 솟아나는 희망이 아니라, 희망을 갖기로 결심하고 끈덕지게 밀어붙여야 갖게 되는 성취의 경지를 보여준다.
부조리한 유희와 망각을 구현하기에도 장애의 몸은 울림이 깊었다. 럭키가 멘 짐은 더 무거워 보이고, 기다림은 더 지루하다. 럭키가 말도 안 되는 장광설을 터뜨릴 때는 감당하기 힘든 불가해함이 증폭된다. 관객은 객석과 무대 사이로 차츰 고여가는 둔중한 시간의 목격자가 된다. '고도'는 이렇게도 기다려지는 것이다.
▲9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극장 '혜화동1번지', 이들에게는 사무실이 따로 없다. 문의 010-7734-7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