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5 23:22
클라리넷 연주자 벤젤 푹스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를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악단이 베를린 필하모닉. 그중에서도 에마뉘엘 파위(플루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벤젤 푹스(클라리넷·사진) 등이 버티고 있는 목관은 이 악단 역사에서도 최강의 라인업으로 손꼽힌다. 다음 달 6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최희준)와 협연하기 위해 내한하는 푹스에게 '최강 앙상블'의 비결을 15일 전화로 물었다. 답변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제가 이 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체 실내악단만 3개 팀이에요. 매년 정기 연주회에는 절반 정도 참여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베를린 필 윈드 솔로이스츠, 베를린 필 옥테트, 목관 앙상블 등 단원들로 구성된 실내악단과 연주하면서 보내지요."
128명의 단원이 오케스트라 연주회 외에도 29개의 실내악 앙상블로 촘촘히 짜인 '음악적 거미줄'이 베를린 필이라는 것이다. 푹스는 "옆 자리에 앉은 단원들과 음악적 동료, 인간적인 친구가 되지 않으면 좋은 앙상블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또 하나의 비결은 '단원 민주주의'. 베를린 필은 지휘자 선출이나 신입 단원 영입 때 기존 단원들이 찬반 의결을 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푹스는 "1993년 내가 입단할 때에도 전체 단원의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합격했다. 2년간 '수습 시간'을 마친 뒤에는 다시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휘자인 경우에도 단원들과 마찬가지로 딱 한 표를 행사한다"고 말했다. 4남1녀의 막내로 태어난 푹스는 트럼펫·트롬본을 연주하는 형들의 영향으로 11세 때 클라리넷을 '배정'받았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에는 음악가보다 스키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사고로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꿈을 접었다"면서 웃었다.
▲벤젤 푹스 내한 연주회, 9월 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523-6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