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02 03:11
뮤지컬 '모비딕'의 지현준, '댄스 레슨'서 춤 선생 役 도전
연극 9년차 이윤택 제자가 TV오디션에 떨어지니 눈총… 하지만 선생님은 "자랑스럽다"
배우 지현준(35)은 지난해 방송사의 연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 그는 연출가 이윤택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9년차 단원이었다. 입단 1년이 안 돼 이윤택의 분신(分身)이라 할 햄릿 역까지 맡았다. 그런 그가 TV 방송에서 "그렇게 연기하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중간에 떨어졌다. 연극계 일부에서는 '뭣 하는 짓이냐'고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지현준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며 대중에게 나를 열어 보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 무렵 어머니께서 고혈압으로 쓰러지셨다. 정신 차리고 하신 말씀이 '아들아, 방송 한번 해봐라'였다. 장남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걸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전혀 모르는 관객을 위해 9년간 컴컴한 지하 연습실에서 굴렀는데, 어머니를 위해 그거 한번 못 나가랴 싶었다." 그는 "중도 탈락했지만, 연극적인 호흡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스승 이윤택은 1일 "다른 매체에 도전하면서 밑바닥부터 시작한 지현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지현준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며 대중에게 나를 열어 보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 무렵 어머니께서 고혈압으로 쓰러지셨다. 정신 차리고 하신 말씀이 '아들아, 방송 한번 해봐라'였다. 장남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걸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전혀 모르는 관객을 위해 9년간 컴컴한 지하 연습실에서 굴렀는데, 어머니를 위해 그거 한번 못 나가랴 싶었다." 그는 "중도 탈락했지만, 연극적인 호흡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스승 이윤택은 1일 "다른 매체에 도전하면서 밑바닥부터 시작한 지현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자유를 만났다"고도 했다. "여동생이 한쪽 뇌가 없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오디션 중 밝혔다. 일부러 감췄던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나를 가뒀던 틀이 깨진 느낌이었다."
그의 도전은 방송 이후 뮤지컬로 이어졌다. 연기와 연주를 해야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작살잡이 퀴퀘그 역을 맡아 바이올린 활을 휘두르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다시 연극으로 돌아온 그가 춤 선생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연극 '댄스 레슨'에서 은퇴한 70대 여교사(고두심)에게 6주간 6가지 춤을 가르친다. 선 굵고 남성적인 외모의 그가 게이로 나와 남녀 간 사랑 대신 인간적인 교감으로 작품을 채운다. 지현준은 고두심에게 "아가야"라는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던지며 도식적으로 빠져드는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의 도전은 방송 이후 뮤지컬로 이어졌다. 연기와 연주를 해야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작살잡이 퀴퀘그 역을 맡아 바이올린 활을 휘두르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다시 연극으로 돌아온 그가 춤 선생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연극 '댄스 레슨'에서 은퇴한 70대 여교사(고두심)에게 6주간 6가지 춤을 가르친다. 선 굵고 남성적인 외모의 그가 게이로 나와 남녀 간 사랑 대신 인간적인 교감으로 작품을 채운다. 지현준은 고두심에게 "아가야"라는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던지며 도식적으로 빠져드는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댄스 레슨'을 연습하면서 어머니를 자주 떠올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사업을 벌일 때마다 망했다. 피아노 학원을 하며 집안을 지탱한 것은 어머니였다. 아들이 '바이올린 켜는 낭만적이고 지성적인 외교관'이 되길 원했던 어머니는 없는 살림을 털어 초등학생인 지현준을 바이올린·주산·웅변·한자·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모친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대학 졸업 후 인턴으로 들어간 방송사 PD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PC방에서 시간을 '죽이는' 날이 계속됐다. 그러다 불현듯 군복무 때 들었던 이윤택의 명성이 떠올랐다. 무작정 그를 찾아가 단원이 됐다. 2003년이었다.
그 후 9년은 연극한다고 돌아다니는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게 어머니의 일상이 됐다. 얼마 전 밤늦게 연습을 마치고 귀가한 그의 눈에 마루에서 TV를 켜놓고 잠든 모친이 들어왔다. 희미한 브라운관 불빛이 옆으로 누운 어머니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마르고 쓸쓸한 모친의 'S라인'을 보며 "저것이 가족을 위해 인생을 바친 내 어머니의 하이라이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현준은 "어머니가 방송통신대에 들어가겠다고 했다"면서 "인생의 절정이 아직 남아 있고, 여전히 꿈을 간직한 어머니 세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댄스 레슨' 9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1588-06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