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동안 이어진 북유럽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의 진수

  • 아트조선

입력 : 2012.07.30 09:57

뮤직 페스티벌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클럽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려… 세계적인 네덜란드 기업이 자국 공연 후원

실내에서 펼쳐진 '센세이션' 공연을 위해 엄청난 크기의 해파리 모형이 천장에 걸려있다. 자체에 조명이 설치되어 실제 빛에 반사된 해파리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지난 21일. 평소 대형 전시회가 주로 열리는 일산 ‘킨텍스’(KINTEX)에 온통 하얗게 차려입은 약 2만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장장 8시간 동안 펼쳐진 ‘센세이션(SENSATION)’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Heineken)’이 후원하는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센세이션’은 그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규모를 자랑한다. 기획, 경호, 스텝 등 동원인력만 약 1,200여 명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펼쳐진 실내 뮤직 페스티벌 중 가장 거대하다. 2002년 시작한 ‘센세이션’은 전 세계 50여 개 국을 거쳐 이번 한국 공연이 아시아 최초다.

하이네켄과 ‘센세이션’ 모두 네덜란드 브랜드로 주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 왔다. 140년 역사의 하이네켄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제품보다는 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펼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이벤트인 UEFA 컵 등 스포츠 경기에서부터 TV 광고, SNS, 공연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것에 동시 다발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센세이션’을 후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TV광고 외에 별다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클럽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주로 심야 시간대에 온스타일, tVN, XTM 등 특정 케이블 방송의 중간 광고에만 광고를 집행한 결과 파티와 클럽문화에 익숙한 구매력 있는 20~30대 관객이 대거 몰렸다. ‘센세이션’의 기존 공연을 편집한 영상과 하이네켄이라는 브랜드만으로 그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30만 원이나 하는 VIP 티켓은 판매 2주 만에 매진됐고 가장 싼 티켓도 15만 원이지만 거의 다 판매됐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센세이션' 공연은 유명 DJ들의 화려한 디제잉과 조명, 무대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냈다./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센세이션’의 컨셉은 ‘THE OCEAN OF WHITE’로 페스티벌이 펼쳐진 킨텍스 무대를 마치 바닷속에 있는 듯한 모습으로 꾸몄다. 5미터에 달하는 해파리 모형이 천장에 둥둥 떠있고 DJ 부스는 거대한 산호초처럼 꾸몄다. 조명도 깊은 바닷속을 닮은 푸른색과 보랏빛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관객들은 입장도 하기 전부터 실내 디자인과 인테리어, 규모만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약 2만여 명이 흰색 의상을 맞춰 입은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국내 페스티벌 역사상 한 곳에 이만한 숫자의 사람이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모인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모두 같은 색의 의상이라 자칫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저마다 디자인과 액세서리로 차별화해 모인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른 개성을 뽐냈다.

파티가 시작되고 화려한 조명이 관객을 비추자 흰색 의상에 조명의 색깔이 그대로 반사되어 다채로운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의상이 그대로 오브제가 되어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보였다. ‘THE OCEAN OF WHITE’란 흰색 의상을 입은 엄청난 수의 관객 그 자체였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뛰며 만들어 내는 군중의 물결에 레이저 조명이 반사되어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는 듯 환상적이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2’에서 지하동굴에 모여 춤을 추는 ‘자이온(Zion)’ 시민들의 무아지경에 빠진 춤이 연상됐다.

오프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꾸민 DJ 미스터 화이트(Mr. White)가 장식했다. 메인 무대와 무대 양 끝에 대형 LCD 화면을 통해 자막이 흐르고 드디어 몸이 떨릴 만큼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어서 폭죽이 터지자 오랜 시간 기다린 관중은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10시30분에 시작한 공연은 새벽 2시가 되어 DJ 페데 르 그랑(Fedde le Grand)가 등장하자 절정에 이르렀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무희들의 워킹과 불쇼, 물쇼, 불꽃쇼가 이어지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총 3만여 제곱 미터나 되는 킨텍스 전시장은 새벽녘까지 공연을 즐기려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관객들은 열기를 식히기 위해 로비로 잠시 나올 때를 제외하면 언제 다시 한국을 찾을지 모를 공연을 즐기기 위해 무아지경의 군중 사이로 뛰어들었다.

하이네켄 코리아 얀아리 스미트 대표./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아쉬운 점도 있었다. 2층에 마련한 VIP 석은 테이블과 의자가 상당히 부족하고 좁았다. 합판으로 만든 난간은 몸을 기대는 것 만으로 흔들려 안전에 보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안전 요원이 난간에 기대지 않도록 주의를 줬지만 술을 마신 관객에게는 충분할지는 의문이었다. 또 1층에 마련한 카운터는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무척 불편해 보였다.

하이네켄 코리아 얀아리 스미트(Jon Arie Smit) 대표는 “’센세이션’은 단순히 ‘디제잉’(DJ가 곡을 트는 것)만 계속되는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 거대한 ‘쇼’(Show)다”라며 “아크로바틱, 안무, 조명 등이 결합된 화려한 볼거리가 매우 환상적으로 끊임없이 DJ만 등장하는 다른 ‘디제이 쇼’(DJ Show)와 차별화 된다”고 이 공연의 특징을 설명했다.

또 그는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을 생각하면 내년에 다시 공연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안병수PD absdizz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