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분한 저승꽃밭 즈려밟고 가소서 오, 나의 님이여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7.25 23:04

김용걸 창작발레 '비애모' 음악감독 원일·대본 양정웅 3만 송이 국화 흩뿌려 '극적'

세계 최정상 파리오페라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발레리노 출신의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39) 교수가 28일부터 창작발레 '비애모'를 올린다. 지원군이 든든하다. 3년 전 파리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음악을 맡았고, 원일 감독과 원래 친한 연출가 양정웅이 대본을 썼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제작진이다.

제목이 좀 어렵다. 불어로 인생을 뜻하는 '라 비(La Vie)' '사랑 애(愛)', 불어로 죽음인 '라 모르(La Mort)'에서 한 글자씩 붙인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의 생사를 넘나드는 사랑을 보여준다. 김 교수가 오르페우스를, 국립무용단 무용수인 부인 김미애씨가 유리디체를 맡았다.

창작발레‘비애모’에서 국화 3만 송이가 깔린 저승의 서천꽃밭 위로 오르페우스를 그리워하는 유리디체(왼쪽)가 날아오르고 있다. /김용걸댄스씨어터 제공
24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실기실에서 마무리 연습을 보니 두 사람의 애절한 춤이 여러 관객을 울릴 만했다. 부부가 2인무를 추는 3장이 특히 빼어났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돌아보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를 저승에서 데리고 나오지만, 사정을 모르는 유리디체는 자신을 좀 봐달라고 매달린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랑의 몸짓이 김·김 부부의 애절한 표현에 호소력 있게 전달된다.

서양 고전을 동양적으로 풀어내는데 일가를 이룬 양정웅이 사랑의 공간으로 서천꽃밭을 설정했다. 꽃밭을 표현하기 위해 국화 3만 송이를 공연장에 뿌릴 예정. 진짜 꽃은 아니고 조화(造花)다. 그런데 조화라서 더 느낌이 산다. 생명을 잃은 꽃이 분분하게 흩어져 저승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살린다.

▲'비애모' 28~29일, 강동아트센터, (02)746-9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