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19 03:06
한예종 동문 '거문고 팩토리'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 초청
50대1 경쟁 뚫고 국내 두번째
힙합 공연에 음악극도 만들어 천덕꾸러기 악기로 온갖 실험… 올해엔 유럽 7개국 순회공연
지난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 거문고 연주자 3명과 가야금 연주자 1명으로 구성된 전통 현악 앙상블 '거문고 팩토리'는 해외 진출의 부푼 꿈을 품고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뮤직 박람회인 워멕스(WOMEX)를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예산 500만원은 미니 음반 제작에 모두 털어 넣었고, 비행기 티켓까지 직접 사서 나흘간 현장 부스를 지켰다. 하지만 해외 음악 기획자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싸늘했다. "당신의 팀에는 관심이 없다."
절치부심한 지 3년 만인 올해 이들이 워멕스의 쇼케이스에서 공식 연주 단체로 초청받았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지원 단체 850팀 가운데 17개 팀을 뽑는 5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국내 전통 음악 연주단체로는 타악기 연주 단체인 '들소리'에 이어서 두 번째다. 거문고 팩토리의 이정석(30)씨는 "우리 전통 현악을 세계에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아직 모범답안이 없기 때문에 떨리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만든 거문고는 한 손으로 대나무로 만든 술대로 줄을 때리고, 다른 손으로는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낸다. 가야금보다 중저음이 강해서 남성적 매력을 지닌 악기로 꼽힌다. 하지만 옛 사랑방에서 대형 극장으로 국악 무대가 옮겨가면서, 거문고는 음량이 크지 않다는 약점 때문에 언젠가부터 비주류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거문고 팩토리의 유미영(30)씨는 "창작 작곡가들도 거문고를 위해 곡을 쓰는 경우가 드물었고, 국악 관현악이나 앙상블에서도 거문고는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서러운 적이 많았다"고 했다.
절치부심한 지 3년 만인 올해 이들이 워멕스의 쇼케이스에서 공식 연주 단체로 초청받았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지원 단체 850팀 가운데 17개 팀을 뽑는 5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국내 전통 음악 연주단체로는 타악기 연주 단체인 '들소리'에 이어서 두 번째다. 거문고 팩토리의 이정석(30)씨는 "우리 전통 현악을 세계에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아직 모범답안이 없기 때문에 떨리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만든 거문고는 한 손으로 대나무로 만든 술대로 줄을 때리고, 다른 손으로는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낸다. 가야금보다 중저음이 강해서 남성적 매력을 지닌 악기로 꼽힌다. 하지만 옛 사랑방에서 대형 극장으로 국악 무대가 옮겨가면서, 거문고는 음량이 크지 않다는 약점 때문에 언젠가부터 비주류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거문고 팩토리의 유미영(30)씨는 "창작 작곡가들도 거문고를 위해 곡을 쓰는 경우가 드물었고, 국악 관현악이나 앙상블에서도 거문고는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서러운 적이 많았다"고 했다.

국악중·고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거문고 팩토리는 2006년 창단 때부터 '거문고의 무한도전'을 모토로 내걸었다. 이 팀의 정인령(29)씨는 "남들이 눈길을 주지 않기에 우리가 직접 창작하고 연주하면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기타처럼 허리에 둘러매고 연주할 수 있는 담현금(擔玄琴), 술대가 아니라 활로 켜면서 연주하는 '첼로 거문고', 음량이 적은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전자 장치로 증폭시키는 '전자 담현금'까지 이들은 악기 개량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의 '거문고 몸부림'은 악기 개량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에는 배우이자 가수인 양동근씨와 힙합과 거문고의 만남을 주제로 공연했고, 거문고의 연주를 바탕으로 연극과 영상을 결합한 음악극 5편도 무대에 올렸다. 유씨는 "힙합 음악인처럼 머리를 땋고 힙합 모자를 쓰고서 거문고를 연주한 팀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거문고 전통도 버리지 않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거문고 명인들의 산조를 복각 음반으로 듣고 악보로 채보해서 2008년 복원 음반을 내놓았다. 정씨는 "열의는 넘쳤지만, 생활 기반은 되지 못해서 선거 홍보물 아르바이트부터 일용직까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지난해 서울 창덕궁에서 월드뮤직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서 연 강의 콘서트 '거문고 천년(千年)의 소리를 찾아서'에 참가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며 해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워멕스 쇼케이스 참가 이후 이들은 그리스와 폴란드, 영국 등 유럽 7개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앞으로는 유럽과 브라질 음악 등 세상의 모든 음악과 어울리는 소리를 빚어내는 것이 거문고 팩토리의 꿈이다. 이들은 "거문고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타처럼 허리에 둘러매고 연주할 수 있는 담현금(擔玄琴), 술대가 아니라 활로 켜면서 연주하는 '첼로 거문고', 음량이 적은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전자 장치로 증폭시키는 '전자 담현금'까지 이들은 악기 개량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의 '거문고 몸부림'은 악기 개량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에는 배우이자 가수인 양동근씨와 힙합과 거문고의 만남을 주제로 공연했고, 거문고의 연주를 바탕으로 연극과 영상을 결합한 음악극 5편도 무대에 올렸다. 유씨는 "힙합 음악인처럼 머리를 땋고 힙합 모자를 쓰고서 거문고를 연주한 팀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거문고 전통도 버리지 않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거문고 명인들의 산조를 복각 음반으로 듣고 악보로 채보해서 2008년 복원 음반을 내놓았다. 정씨는 "열의는 넘쳤지만, 생활 기반은 되지 못해서 선거 홍보물 아르바이트부터 일용직까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지난해 서울 창덕궁에서 월드뮤직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서 연 강의 콘서트 '거문고 천년(千年)의 소리를 찾아서'에 참가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며 해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워멕스 쇼케이스 참가 이후 이들은 그리스와 폴란드, 영국 등 유럽 7개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앞으로는 유럽과 브라질 음악 등 세상의 모든 음악과 어울리는 소리를 빚어내는 것이 거문고 팩토리의 꿈이다. 이들은 "거문고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거문고 개량한 그 열정] "악기 잘라먹었다" 꾸중도
전통을 중시하는 스승들에게 “악기를 잘라먹었다”는 호된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거문고의 매력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에 ‘거문고 팩토리’는 악기 개량에 매달렸다. ③번이 길이 150㎝, 폭 24㎝ 크기의 전통 거문고. ① 전자 증폭이 가능하도록 제작한 ‘전자 담현금’, ② 첼로처럼 악기를 세우고 활대로 줄을 긁어서 소리를 내는 ‘첼로 거문고’, ④ 악기 길이를 1m 정도로 줄여서 매고 연주하는 담현금이다. 이렇게 악기 종류가 많다 보니, 공연 날이면 많을 때는 거문고 25대를 12인승 승합차에 넣고 이동한다고 말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스승들에게 “악기를 잘라먹었다”는 호된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거문고의 매력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에 ‘거문고 팩토리’는 악기 개량에 매달렸다. ③번이 길이 150㎝, 폭 24㎝ 크기의 전통 거문고. ① 전자 증폭이 가능하도록 제작한 ‘전자 담현금’, ② 첼로처럼 악기를 세우고 활대로 줄을 긁어서 소리를 내는 ‘첼로 거문고’, ④ 악기 길이를 1m 정도로 줄여서 매고 연주하는 담현금이다. 이렇게 악기 종류가 많다 보니, 공연 날이면 많을 때는 거문고 25대를 12인승 승합차에 넣고 이동한다고 말했다.